[뉴투분석]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치킨게임'…영풍·MBK, 공개매수가 83만원 인상 '맞불'

금교영 기자 입력 : 2024.10.05 06:00 ㅣ 수정 : 2024.10.05 22:15

공개매수가 인상 없을 것이라던 영풍·MBK, 75만원→83만원 다시 높여
최소 매수 예정 수량도 삭제… 최윤범 회장 측과 동일 조건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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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연합뉴스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을 위해 공개매수가 상향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들은 4일 공개매수신고서 정정 공시를 내고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렸다. 동시에 발행주식총수의 7%로 설정한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고려아연과 영풍이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4일 오후 이같은 내용으로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고 “불법적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항하고 고려아연 기업지배구조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풍·MBK연합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주당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10.7% 추가 인상했다. 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 금액과 같다.

 

■ 불 붙은 '쩐의 전쟁'… 3.1조vs2.5조 정면 승부

 

영풍·MBK연합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면서 양측의 '쩐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영풍·MBK의 공개매수 가격 변경은 이번이 두번째다. 영풍·MBK는 지난달 26일 공개매수 가격을 최초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렸다.

 

가격 조정 다음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두 영풍 사장은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이달 2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매입을 공식화하자 정면 승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2일 전체 발행 주식 수 15.5%에 해당하는 자기주식(자사주) 320만9009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주당 가격은 83만원으로 당시 MBK측이 제시한 75만원 보다 8만원 높게 정했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금액은 약 2조7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최 회장 측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최대 18% 지분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다. 베인캐피탈은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2.5%를 확보해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에 들이는 자금은 총 3조1000억원 규모다.

 

반면 영풍·MBK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으로 MBK가 투입해야 할 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최대 매수 수량은 기존과 같은 302만4881주(14.6%)이지만 주당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기존과 다르게 발행주식총수 7%로 정한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했다. 주식 수가 최대 매수 수량 미만일 경우에도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해 최대 매수 수량을 초과하면 최대 매수 수량만큼만 안분비례(비율대로 똑같이 나눔)해 매수할 예정이다. 이는 공개매수에 응하는 모든 물량을 사들이겠다는 취지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이전 주당 75만원도 충분한 프리미엄으로 인식됐지만 주당 83만원과는 아무래도 가격 차이가 있어 가격을 맞춰 기존 투자자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며 “무엇보다 1주가 들어오든, 300만주가 들어오든 모두 사들여 반드시 고려아연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심각하게 훼손된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매수 가격과 조건 변경으로  4일로 예정됐던 공개매수 마감일은 14일로 연장된다. 매수가 등 조건이 바뀌면 마감일은 그날로부터 10일 뒤로 미뤄지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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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오른쪽)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일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교영 기자]

 

■ 자사주 매입 두고 배임 논란 등 고소·고발전 '치열'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을 위한 자기주식 매입 위법성을 두고 영풍·MBK와 고려아연 측의 법적 싸움도 치열하다. 

 

김 부회장은 이날 “위법성이 다분한 최윤범 회장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최대주주 MBK와 영풍의 정당한 공개매수가 방해를 받았다”며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등 법적 리스크가 많고 회사 및 남은 주주에게 재무적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 충분히 인식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건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법원에 '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목적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행위로 관련 절차 진행을 중지시켜 달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이미 법원에서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했지만 또 다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을 비난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 측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라며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의도를 가진 악의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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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교영 기자]

 

자사주 매입 한도를 두고도 양측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액을 6조원이 아닌 586억원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MBK와 영풍에 모든 민·형사상 조치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시세조정과 시장교란 행위 등에 대한 신고도 진행한다”며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고려아연은 법적·회계적으로 분명히 6조원 이상 배당가능이익이 있고 이를 통한 자사주 매입이 가능하다”며 “대법원 판례와 각종 법률에 따라 저들(영풍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며 제 대표직을 걸겠다”고 단언했다.

 

이에 영풍 측은 “최 회장 측 주장대로 주주총회 결의 없이 최대 6조원에 달하는 임의준비금을 모두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한다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고려아연 순자산은 9조7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급감할 수 있다”며 “법원에 임의적립금 목적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 매수를 중지해 달라는 신청취지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75년 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은 최근 경영 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이 가운데 영풍이 지난달 13일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하며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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