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 '고려아연 구하기'... 지자체 참전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울산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긴급기자회견 열고 경영권 분쟁 관련 입장 밝혀
김두겸 울산시장, "고려아연 경영권 빼앗기면 울산 산업계에 큰 타격"
[부산/뉴스투데이=강지원 기자]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면서, 지자체가 향토기업 지키기에 나섰다. 고려아연의 핵심 사업장이 소재한 울산시는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선언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도시 울산과 고락을 함께해온 고려아연이 해외로 인수합병될 위기에 처했다"며, "중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MBK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 시장은 이어,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는 단기간내 고수익 달성"이라며, "고려아연 인수 후에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시장은 "기업 경쟁력 악화는 물론, 울산의 산업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부연했다.
김 시장은 20여년 전의 SK-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년 전에도 '울산시민 SK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쳐 막아낸 바 있다"면서, "이번에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으로 120만 울산시민의 힘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시장은 지난 16일에도 성명서를 내고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고려아연은 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창립한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그간 영풍은 장씨 일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맡는다는 공동경영의 전통을 유지했지만, 2022년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 최윤범 회장의 취임 이래 경영권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운영 방향에 대한 견해 차이가 이유이다.
지난 2023년,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로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 지분률 싸움이 본격화됐다. 24년 7월에는 지난 45년간 영풍빌딩 본사에 있던 고려아연이 종로 그랑서울에 본사를 이전하며 '헤어질 결심'이 선명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 최대 주주의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하고,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울산시가 연휴 기간에 긴급기자회견을 연 이유도 영풍의 움직임과 관계가 있다.
김 시장은 "(영풍-MBK연합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대응해 하루라도 빨리 울산시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또한 "고려아연은 지난 50년간 울산과 함께 한 향토기업"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비철금속만 아니라 수소나 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며 울산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고려아연이 해외 자본에 경영권을 빼앗긴다면 울산의 명성과 산업계에 큰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울산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규정하고, 정부와도 공조하여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계획이다. 김 시장은 "필요하다면 대통령실에도 직접 건의할 계획"이라며 정부 또는 국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효과적인 대응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MBK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토종 사모펀드"라며, "일부에서 마타도어하고 있는 외국계펀드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시장의 발언을 사실상 저격한것이다.
MBK는 이어, 최 회장의 단독경영 이후 공동경영이 파기됐다고 주장하며, 경영권 분쟁의 책임을 고려아연으로 돌렸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악의적인 일방적 의혹 제기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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