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영풍그룹 지주사 영풍과 계열사 고려아연이 황산취급대행 계약 연장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서 만든 황산을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황산 탱크 및 파이프라인을 유상(유료)으로 이용해왔다. 이를 ‘황산취급대행’이라고 하는데 이 계약에 대한 연장 여부 주장에 두 회사가 대립하는 셈이다.
영풍은 20여년 간 이어진 황산취급대행 계약이고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없어 올해도 계약 연장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이 계약은 ‘위험의 외주화’나 다름없다며 이 같은 위험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 영풍, 고려아연 계약 거절에 부당함 밝히고 계약 관계 복원 기대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지난달 20일 제기했다.
또한 이에 대한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이달 2일 제기했다.
보전처분은 권리나 법률관계에 대한 다툼이 있을 것을 전제로 이에 대한 판결 집행을 쉽게 하기 위한 임시적 법률 관계를 형성하는 재판이다.
이번 소송은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에서 장기간 이어진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을 고려아연이 거절하고 계약 종료를 통보해 영풍이 이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모두 아연 제련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각각 아연 제련 공정에서 생산한 황산 대부분을 온산항(울산항)을 통해 수출해 왔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황산 탱크 및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해왔다. 유상 계약 관계는 1년 단위로 갱신되면서 지난 20년 동안 이어져왔다.
이 같은 계약 관계에 대해 영풍은 고려아연이 지난 4월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계약 갱신 거절 사유로 ‘ESG 이슈, 시설노후화, 고려아연 황산 물량 증가’ 등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은 계약을 즉시 중단해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거래거절 선언에 대해 수차례 내용증명 등을 통해 자사 대체설비 마련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더라도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고 최소한 7년 내외가 걸릴 수 있다며 1년 단위로 갱신돼 온 황산취급대행 계약을 우선 1년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에도 양사 협의는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영풍 관계자는 “거래거절에 대한 부당함을 밝히고 황산수출대행 계약 거절에 대한 철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고려아연 "유예기간 7년 주장은 억지"... 동업 관계 신의 고려하지 않은 영풍에 법적대응
고려아연은 지난 4월 영풍 석포제련소 황산취급대행 계약 갱신일(6월 30일)을 약 석 달 앞두고 시설 노후화 등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계약 갱신이 어렵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구체적으로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 폐기 △위험, 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와 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이 계속 증가한 데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도 언급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황산취급대행 계약상 사전 통지로 계약 종료를 할 수 있지만 내부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 범위에서 영풍이 계약 종료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유예기간을 줄 수 있다”며 “영풍이 구체적 근거를 가지고 협의를 요청을 하면 협의할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영풍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7년 이상이라는 다분히 비현실적 유예기간을 요구했다”며 “탱크 임대나 대체시설 마련 등 후속조치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등 협상의 의지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50년 넘게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황산 저장시설을 갖추지 않은 점은 영풍이 안전관리에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추가 협상이나 논의 없이 영풍은 법적대응에 나섰으며 고려아연이 제반 사정을 고려해 3개월의 유예기간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영풍은 추가로 가처분 소송까지 벌였다”며 “이는 동업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