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고려아연 최윤범 호(號), ‘자원순환’ 사업으로 6조원대 매출 일궈낸다
폐기물 리사이클링· 글로벌 원료 트레이딩·폐기물 자동화 기술력 확보
자원순환 사업, 2025년부터 매출 본격화될 수 있도록 사업력 강화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고려아연(대표 최윤범 회장)이 한국과 미국에서 자원순환 사업에 가속페달을 밟으며 향후 9년내 관련 사업에서 6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경영전략을 펼친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최근 3년 간 한국과 미국에서 자원순환과 관련이 있는 기업 3곳을 잇따라 인수하며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은 회사의 미래 사업 비전 ‘트로이카 드라이브(TD)’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자원순환 사업’을 본격화하고 이를 토대로 2033년 자원 순환 사업에서 매출 6조원을 달성할 방침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자원순환 사업 △2차전지 소재사업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사업으로 이뤄진다.
고려아연은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해 △불안정한 각종 원료 수급을 안정화 시키고 △메탈 가격 변동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을 통한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와 같은 사업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 역량을 갖춘 기업을 하나씩 인수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자원순환 사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폐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2022년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이그니오)'를 인수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올해 4월 미국의 글로벌 스크랩(고철) 메탈원료 트레이딩 기업 '캐터맨(Kataman)'을 품에 안았다.
또한 고려아연은 지난 6월 비철금속 해외 유통·판매 계열사 '케이지트레이딩(옛 서린상사)' 경영체제를 재편해 글로벌 원료 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자원순환 사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로보틱스 솔루션 기업 인수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고려아연은 이달 초 국내 로보틱스 설루션 기업 '로보원(ROBOne)'을 인수해 '폐기물 자동화 선별 로봇'을 직접 제작하고 이를 자원순환 사업에 활용하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로보원은 로봇·자동화시스템, 인공지능(AI) 폐기물 선별 로봇, 협동 로봇 설루션 등을 보유한 강소기업"이라며 "이번 인수는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신규사업과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를 계기로 고려아연은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글로벌 메탈원료 트레이딩 △고도화된 폐기물 선별 기술력까지 확보하는 자원순환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 미국 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인수로 ‘자원순환·2차전지 소재’ 강화
고려아연은 2022년 7월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Pedalpoint Holdings)를 통해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의 지분 73%를 4324억원에 인수했다.
이그니오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소비국 미국의 전자폐기물을 수거하고 파쇄해 다양한 원료를 추출해 이를 판매하는 업체다.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과 관계없이 원료를 별도로 추출할 수 있어 원료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그니오는 전자 폐기물에서 동·금·은·팔라듐과 같은 비철금속으로 제련할 수 있는 중간재를 추출하는 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그니오의 독자 기술로 추출된 높은 효율성과 안전성을 갖춘 고품위 원료를 현재 연간 3만t의 동(Copper)을 제련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은 동박사업을 추진 중인 자회사 '케이잼(KZAM)'으로 전달돼 친환경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며 "이는 고려아연 트로이카 드라이브 가운데 하나인 2차전지 소재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잼은 고려아연에서 자체 생산한 동을 원료로 사용해 동박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케이잼은 전세계적으로 동 수급이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해도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을 갖췄다.
■ 30년 업력 갖춘 美 메탈원료 트레이딩 기업 '캐터맨' 인수
이그니오 인수를 통해 비철금속 공급망을 확보한 고려아연은 메탈원료 트레이딩 기업 '캐터맨'을 인수하는 전략을 펼쳤다.
고려아연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는 5500만달러(약 750억원)을 투입해 올해 4월 캐터맨 인수를 마쳤다. 이에 따라 페달포인트홀딩스는 다양한 스크랩 메탈 원료 공급처 네트워크를 보유한 플랫폼과 전문 원료 트레이더를 모두 거머쥐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캐터맨은 스크랩류 원료를 중점적으로 취급·거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며 "이는 대형 상사들이 운영하는 원료 트레이딩 방식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캐터맨의 독특한 역량은 고려아연 국내사업장인 온산제련소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온산제련소에 있는 구리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는 고려아연은 오는 2025년 상반기에 설비 확장을 마칠 계획이다.
구리 생산설비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약 13만t의 동스크랩(고철 상태 구리)이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캐터맨 역량을 적극 활용해 동스크랩 조달을 추진해 이를 통해 자원순환이라는 큰 그림을 달성할 방침이다.
게다가 고려아연은 2028년까지 구리 생산량을 약 15만t까지 늘리고 확장된 설비를 풀가동하기 위해 30만t의 동스크랩도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 제련(추출)-원료 트레이딩-구리 생산' 이라는 순환 시스템이 사실상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 해외사업과 국내사업 효율화에 주력
고려아연은 해외 업체를 인수하는 등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비철금속 해외 유통·판매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해외 유통과 판매를 담당해 온 케이지트레이딩 경영진을 재편했다.
고려아연은 케이지트레이딩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이승호 사장과 김재선 사장을 내세웠다.
이승호 사장은 고려아연 부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고려아연의 현재 사업 상황과 잘 조율해 케이지트레이딩 운영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선 사장은 케이지트레이딩을 설립한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1990년대 후반 해외영업을 총괄하며 최 명예회장을 도왔다.
그는 또 최 명예회장이 직접 케이지트레이딩에서 비철금속 수출 전략과 해외영업을 챙겼을 당시 곁에서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아 이를 바탕으로 케이지트레이딩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순흠 신임 대표이사의 활약도 기대된다.
백순흠 대표는 고려아연에서 인사 담당 임원을 거쳐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을 역임하는 등 본사와 제련소 전체 상황을 꿰차고 있는 인물이다.
백순흠 대표는 “고려아연과 케이지트레이딩은 오랜 기간 같은 DNA를 보유한 조직”이라며 “그러나 고려아연이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수출할 때 케이지트레이딩과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백 대표는 ‘소통 강화’를 통해 국내사업과 해외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 리사이클링 자동화 및 폐기물 선별로봇 제작 역량 확보해 '자원순환' 사업 급물살
고려아연은 로봇 역량을 확보해 이를 리사이클 공정에 활용하는 추가 자원순환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로보원에 150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로보원은 △로봇 및 자동화시스템 △AI 폐기물 선별로봇 △협동로봇 솔루션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역량을 감안해 고려아연은 AI 폐기물 선별로봇을 활용해 전자폐기물 선별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하고 이를 통해 업무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리사이클링 사업을 하는 이그니오와의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로보원은 이그니오외에 페달포인트홀딩스 산하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업체 에브테라와도 기술 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에브테라는 미국 내 전자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4곳의 허브(시카고, 애틀랜타, 라스베이가스, 샌 안토니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1만3000t의 전자폐기물을 처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보원의 선별로봇 1대는 올해안에 에브테라 시카고 허브에 배치될 예정이다. 또한 시범 운영 후 애틀랜타, 라스베이가스, 샌 안토니오에도 각각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자원순환 사업을 대폭 강화해 이에 따른 사업 경쟁력과 매출 확대 등을 거머쥘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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