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실리콘밸리뱅크(SVB)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의 여파로 최근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금융 섹터가 부진하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또 신용등급이 높은 미국 회사채 ETF를 선호하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SVB와 CS사태의 여파가 지속되며 지난주에도 금융 섹터가 부진했다"며 "에너지 섹터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데, 최근 은행 이슈가 덮고 있는 경기침체 조짐이 금융 불안과 함께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금융 ETF인 XLF는 전주 대비 5.9% 급락했으며, 세부 섹터 중 은행(KBE)와 지방은행(KRE) 섹터는 각각 13.5%와 1.43% 하락했다. 또 에너지 섹터(XLE)는 6.8% 떨어졌다.
정 연구원은 "채권에서는 미 국채 금리가 전 만기에 걸쳐 급락했다"며 "문제는 회사채 시장인데, 은행권 부도 우려가 연일 커지면서 신용 스프레드(가산금리)도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미국 투자 등급 스프레드는 25bp 확대된 162bp를 기록했고, 하이일드 스프레드도 56bp 넓어진 517bp를 나타냈다. 중장기 미국채 금리 급락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가 겹쳐 채권 중에선 단기 회사채 ETF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다.
정 연구원은 "크레딧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국채와 회사채 간의 수익률 차별화가 강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시장 불안의 원인이 금융 섹터의 시스템 위기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몇 개 국가 ETF의 금융 섹터 비중을 정리해본 결과, ETF별 금융 섹터 비중과 최근 1주 수익률 간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0.33을 기록했다"며 "ETF에 금융 섹터 비중이 클 수록 최근 수익률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별 ETF엔 국가별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지난주 ETF 시장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미국 회사채를 선호하는 모습이 보였고, 반대로 중국 채권에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중국 주식에는 자금이 유입됐지만, 중국 채권에서는 자금이 유출됐다"며 "채권 내에선 선진국 투자 등급 회사채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지방은행 파산 이슈로 투자 등급 채권 중 하위 등급(BBB)에서는 투자 센티멘트가 악화되며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 규모가 유출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