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9.18 07:31 ㅣ 수정 : 2023.09.18 07:31
올해 들어 전체 IPO 중 중소형 증권사 비중 31.5% '맏형' 대신證, 5건으로 선두…신영·DB도 여러건 지난해 '0건'서 올해 수임 성공한 '뉴페이스'도 5곳 코스닥 위주 소형딜에 중소형 증권사 선호도 상승 중대사에 긴밀한 협력 원하는 기업…"집중케어 기대"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코스닥 위주로 활기를 보이고 있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IPO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증권사들도 올해 단독 주관을 따내는 사례가 많아지며 주관 순위에 '뉴페이스'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기업금융(IB) 부문 강화를 해온 중소형 증권사들의 노력이 뒷받침된 가운데, 상장이 경영 판도를 좌우할 중대사인만큼 긴밀한 소통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윈윈'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
■ 중소형 증권사, 전체 IPO 중 31% 참여…대신·신영·DB 순
18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상장한 기업 중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가 주관에 참여한 비율은 31.48%에 달한다. 공동 주관사 및 인수단 참여 등의 기록을 중복으로 모두 합산한 전체 54건 중 17건에 참여했다.
최근 3년래 중소형 증권사가 국내 IPO 주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20.51% △2021년 18.69% △2022년 19.75% 등 20% 전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차이나는 셈이다.
중소형 증권사 중 선두를 달리는 곳은 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을 선언한 대신증권으로 올해 들어 총 5건의 딜에 참여했다.
특히 대신증권은 올해 하반기 들어 7~8월에 △버넥트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시큐레터 등 3건의 IPO를 주관했는데, 해당 IPO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체 증권사 순위에서도 6위에 오른 대신증권은 만약 연내 예정된 딜을 모두 성사시키면 상위권 도약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 다음으로는 신영증권이 총 3건의 신규 상장을 주관해 2위에 올랐다. 올해 3분기가 끝나기도 전에 지난해(3건)과 동률을 이룬 신영증권은 이달 중 진행되는 '대어급' 공모주인 두산로보틱스 IPO에 인수단으로 참여한데다가, 인스웨이브시스템즈의 단독 주관도 진행 중이어서 사실상 지난해보다 더 나은 IPO 실적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DB금융투자는 2건의 IPO를 주관해 중소형 증권사 중 단독 3위를 기록했다. DB금융투자는 올해 3월과 7월에 각각 상장한 바이오인프라와 뷰티스킨의 주관을 맡았다.
DB금융투자가 주관을 맡은 스튜디오삼익도 이달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접수했는데, 이르면 올해 안에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DB금융투자는 올해 2건의 신규 상장 과정에서 모두 서버 장애가 발생해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한 건의 IPO에도 참여하지 못했으나 올해 실적을 올린 증권사도 △한화투자증권 △SK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등 5곳이나 된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지난해 1건에 이어 올해도 1건의 IPO 주관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달 IPO를 진행 중인 아이엠티도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 밴드(1만500~1만2000원) 최상단을 초과한 1만4000원으로 확정짓는 등 호성적을 기록해 사실상 2건의 IPO 주관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유안타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쓰리디메디비젼도 지난 3월과 7월에 각각 심사청구서를 접수한 만큼 과정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연내 최대 4건의 주관 실적을 기대할 수도 있다.
IBK투자증권도 올해 1건의 주관을 마쳤으며, 내달 중 IPO를 진행할 예정인 비아이매트릭스의 주관을 맡아 모두 마무리될 경우 지난해와 동률인 총 2건의 딜을 마치게 된다.
■ '소규모' IPO 딜 수임 활발…긴밀한 협력 원하는 상장사도 '윈윈'
올해 IPO 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약진이 돋보이는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상장하는 기업들의 규모가 작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IPO 실적을 보면 건수로는 30%를 웃돌지만, 공모총액 기준으로는 21.19%의 비중을 차지해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해당 IPO 과정을 통해 상장한 기업도 모두 코스닥 상장사인데다가, 대부분 종목이 공모가 밴드 최상단 기준 시가총액 2000억원대 전후의 중소형사다.
지난해 초대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침체로 컬리와 케이뱅크, 오아시스,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등 대어급 IPO들이 줄줄이 상장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여파가 올해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공모 시장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IPO 시장 침체로 조 단위 대형 기업공개는 지속해서 연기되고 있으나, 중소형 공모주의 경우 수요예측 절차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며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IPO 시장이 중소형사 위주로 전개되는 가운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많은 딜을 수임하는 대형 증권사보다 소수의 딜을 맡은 중소형 증권사와 계약해 IPO 과정에서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심리적 기대감도 일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소형 증권사의 주관으로 신규 상장을 준비한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해당 증권사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대해 "해당 증권사가 먼저 연락을 해온 점도 있지만, 비교적 딜 수임이 많지 않은 증권사에게 주관을 맡았을 때 더 자주 소통하거나 집중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겠다는 심리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앞서 상장을 진행한 다른 기업의 지인으로부터도 주관사 선정 단계에서 비슷한 의견을 듣기도 했다"며 "실제로 미팅 과정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상장 준비 과정도 별다른 잡음 없이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장의 요인 외에도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IB 사업 부문 역량을 강화한 점도 결실을 맺어 실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의 경우 2018년 최대주주가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변경된 이후 같은 해 조직재정비와 인사를 통해 기업금융사업부 산하에 ECM본부를 신설해 IPO 역량 강화에 힘써왔다.
교보증권도 2021년 ECM본부를 신설하고 당시 NH투자증권으로부터 영입한 오세민 상무를 본부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현재 한화자산운용으로 거처를 옮긴 권희백 대표 체제 당시부터 IPO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았으며, 올해 초 한두희 대표가 취임한 현재도 IB 강화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만 치우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속적으로 관련 인력과 팀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