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 구본학 호(號) '사업 다각화' vs. 쿠첸 박재순 號 '밥솥 외길'…누가 웃을까
쿠쿠, 해외 사업 영토 넓혀...쿠첸, 내수시장 중심으로 밥솥 포트폴리오 강화
쿠쿠, 미국·중국·베트남 등 해외 주방가전 공략과 사업다각화 가속페달
지주사 쿠쿠홀딩스 지난해 매출액 8000억원대 '눈앞'...영업이익 878억원
쿠첸, 사업다각화 전략이 아닌 '밥솥'이라는 핵심 사업역량에 중점 둬
쿠첸. 지난해 매출 1641억원...2021년 1633억 대비 0.5% 증가에 그쳐
쿠첸 '121 밥솥' 대량 리콜 홍역...리콜·수리비 축소로 영업손실 앓아
쿠쿠·쿠첸 1분기 실적 5월 중순 예정...누가 최후 승자가 될 지 촉각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밥솥 명가(名家)’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성장해 온 쿠쿠전자(이하 쿠쿠)와 쿠첸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쿠는 '종합 가전 기업'을 표방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는 반면 쿠첸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밥솥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올해도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사업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쿠쿠는 ‘제품 다각화’ 전략으로, 쿠첸은 ‘밥솥 라인업(제품군) 확대’ 전략 등 지난해와 같은 경영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 쿠쿠 ‘사업 다각화’ 통한 체질개선…매출 10.2% 성장
구본학 쿠쿠 대표(54·사진)는 최근 몇 년 간 기업 체질을 바꾸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개발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내적 성장을 통해 종합가전기업의 브랜드를 강화한다는 게 그가 추구하는 사업 전략이다.
이에 따라 쿠쿠는 지난해 밥솥을 비롯해 다양한 주방 가전 제품군 확대에 전사적 역량을 쏟았다.
구본학 대표는 국내에서 ‘마스터셰프 사일런스 밥솥’ 등 밥솥 라인업을 늘려 프리미엄 밥솥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또 ‘쿠쿠 3구 화이트 셰프스틱 인덕션레인지’와 ‘오븐형 에어프라이어’, ‘플랫타입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블렌더’ 등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했다.
쿠쿠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도 주방가전 라인업을 다각화했다.
예컨대 중국에서는 플랫폼 내 밥솥 라인업을 강화해 시장점유율을 높였고 오프라인 시장은 쿠쿠 브랜드숍을 선보여 매장 방문 고객 감소 문제를 해결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재미교포를 대상으로 한 밥솥 위주 판매에서 벗어나 주방가전 라인업을 늘리고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이커머스를 확대했다.
베트남에서는 이른바 ‘ K-가전’ 품질에 대한 신뢰와 인기로 밥솥을 비롯한 블렌더, 식기건조기 등 주방가전 품목을 늘려 성장했다.
이처럼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인 제품 라인업 확장과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에 힘입어 쿠쿠전자 지주회사 쿠쿠홀딩스가 거둔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0.2% 증가한 7556억원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 줄어든 878억원에 머물렀다.
해외 법인은 전년대비 매출이 △중국 35% △미국 80% △베트남 30% 등 두자리 수 증가세를 나타냈다.
쿠쿠는 비용상승 등 국내외 시장 성장 둔화 요인으로 영업이익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매출이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사업 다각화’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쿠쿠 관계자는 “쿠쿠홀딩스(쿠쿠)와 쿠쿠홈시스에서 출시하는 밥솥 외 상품군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2022년 밥솥 외 상품군 매출 비중은 쿠쿠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밥솥 비중은 35%로 오히려 밥솥 외 주방가전과 생활가전 제품 판매 비중이 훨씬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제품군이 균형 있게 성장하면서 쿠쿠라는 브랜드가 명실공히 종합 가전 회사로 자리매김하는데 다각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쿠쿠는 올해에도 다양한 제품 다각화 전략을 지속한다.
쿠쿠 관계자는 “현재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를 통틀어 37개에 이르는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며 “상품 카테고리를 계속 늘려가는 노력 외에 개발된 상품군 안에서 혁신 기능을 갖춘 신제품들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주력 카테고리 ‘밥솥’에 힘주는 쿠첸…사업 다각화도 염두
쿠첸은 쿠쿠와 다르게 기존에 주력해 온 밥솥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2019년 출범한 ‘밥맛연구소’ 등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밥맛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이를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군을 늘리는 대신 강점 분야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쿠첸은 올해 1월에만 △1인 가구용 밥솥 ‘머쉬룸 및 멜로우’ △4~6인용 미니멀리즘 디자인 밥솥 ‘더 동글 및 더 네모’ △압력 기능을 강화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더 핏’ 2종 등 다양한 밥솥 라인업을 선보였다.
쿠첸의 지난해 매출은 약 1641억원으로 2021년 매출 1633억원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2021년 뚜껑 잠금장치 일부가 규격과 다르게 제조·장착됐다. 이에 따라 취사 중 증기누설·뚜껑 열림 현상이 발생한 ‘121 밥솥' 10인용 일부 제품 리콜로 58억원에 이르렀던 영업손실을 지난해에는 8억원대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쿠첸 관계자는 “121 밥솥 10인용 일부 제품의 자발적 리콜 및 보증 수리비 비용이 줄었다”며 “또한 지난해 론칭한 제품을 비롯해 ‘121 밥솥’군 제품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전년 대비 영업손실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쿠첸은 밥솥 라인업이 적자폭을 개선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고 산업계 전반에 적용된 국내외 시장 성장 둔화를 고려하면 사실상 리콜 및 보증 수리비 비용 축소가 영업손실을 줄이는 데 절대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쿠첸은 올해도 밥솥 라인업 확대 전략을 계속 유지하며 흑자 전환을 모색한다. 사업 다각화를 완전히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이 안정화 될 때까지 주력 상품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질 방침이다.
쿠첸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갖춘 밥솥을 비롯한 전기레인지(인덕션) 등 주력 카테고리(주방가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주력 사업 안정화를 꾀한 후 추가 카테고리 확장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사업 다각화를 위한 신규 품목과 비즈니스 모델은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쿠첸은 올해도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밥솥 라인업을 통해 내수 판매를 이끌고 더 나아가 해외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쿠첸 관계자는 “1인 가구, 캠핑족 등 다양한 생활패턴과 세분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밥솥 라인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라며 “기존 6인용, 10인용 위주로 출시됐던 밥솥을 3인용, 1.5인용 등 다양한 규격으로 선보여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를 통해 내수 판매 증진을 이끌고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도 강화한다”며 “세계적 수준인 쿠첸 IH열원기술과 온도제어 기술, 압력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시장 불황 속 쿠쿠와 쿠첸의 서로 다른 전략이 가져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두 회사는 올해 첫 경영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다. 양사의 1분기 실적은 5월경 공시될 예정이다.
쿠쿠 관계자는 “시장 성장은 국내외적으로 여전히 둔화되고 있지만 제품 다각화 전략과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 노력을 지속해 예년과 같은 긍정적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것은 결과가 집계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쿠첸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5월 중순 이후로 공시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