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쿠쿠·쿠첸 '밥솥명가' 왜이러나...하도급 대상 갑질 논란 뜨거워
쿠첸, 하도급업체 기술유용으로 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받아
쿠쿠, 갑질 폭로 대리점 대상으로 계약 의도적으로 갱신 회피 등 '입방아'
기업 갑질, 소비자 불매에 따른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추세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국내 ‘밥솥 명가’로 불리는 쿠쿠와 쿠첸이 나란히 ‘갑질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첸은 지난해 하도급업체 기술유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 받고 현재 행정소송과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쿠쿠는 최근 회사 갑질을 폭로한 대리점주를 대상으로 보복 차원에서 계약을 의도적으로 갱신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쿠쿠는 현재 공정위에 신고됐다.
국민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가 꾸준히 줄고 있는 가운데 최근 경기침체에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는 등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쿠쿠와 쿠첸은 설상가상으로 갑질 논란까지 겹쳐 발 빠른 논란 해명과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 쿠첸, ‘하도급 기술 유용’ 논란…“재판에서 입장 소명”
쿠첸은 지난해 4월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 행위 논란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는 굴욕을 맛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첸은 납품을 승인받기 위해 수급사업자로부터 부품 제작 관련 기술자료를 넘겨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급사업자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쿠첸은 이를 거부하고 기술자료를 제3 업체에 전달해 거래선을 변경하는 데 이용했다.
처음에는 정당한 이유로 확보한 기술자료였지만 이후에는 처음 취지와 다른 목적으로 약 10개월 동안 4번에 걸쳐 다른 업체에 전달하는 유용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공정위측 설명이다.
또한 밥솥 등에 들어가는 부품 관련 기술자료를 하도급 업체에 요구해 법률상 사전에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한 기술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쿠첸은 신규 경쟁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하고 거래선을 바꾸는 목적을 달성했다”며 “결국 기존 수급사업자와 거래가 단절된 점을 미뤄 볼 때 위법행위에 따른 부당성이 상당하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공정위는 쿠첸에게 기술자료 유용행위 관련 8억7000만원, 기술자료 요구 전 서면 미교부 행위 관련 5200만원 등 과징금 총 9억2200만원과 시정명령 등 제재를 가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기술유용행위를 주도한 직원을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위법성의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정도, 위반행위 기간, 의사결정 주도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검찰 고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쿠첸 법인과 제조사업부 전략구매팀 직원 2명이 지난해 11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법인과 직원 2명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는 1차 공판기일이 오는 3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쿠첸이 진행 중인 재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쿠첸은 지난해 6월 공정위 과징금 부과 및 시정명령 등 기술자료 유용 제재 취소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해 절차를 밟고 있다. 이는 쿠첸이 수급사업자에 대한 기술자료 유용 혐의를 부인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쿠첸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예정되어 있어 쿠첸은 재판 과정을 통해 입장을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 쿠쿠 ‘서비스센터 계약 해지’ 구설수…“약관 따른 절차이며 보복성 아냐”
쿠쿠는 최근 대리점주와 관련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쿠쿠는 쿠쿠점주협의회 소속 대리점주 11명을 상대로 무더기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쿠쿠는 지난 2020년 본사 팀장이 점주협의회를 구성한 대리점주 50여명에게 탈퇴를 종용하며 폭언과 협박을 자행한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라 공분을 샀다.
쿠쿠점주협의회는 이 사건과 이번 무더기 계약 해지가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갑질·폭언 파동과 관련해 공정위 신고, 언론 등에 협조한 점주에 보복할 목적으로 본사가 계약을 해지했다는 얘기다.
쿠쿠 대리점은 대개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꾸준히 갱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해지 사유에 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해지를 통보했다는 게 쿠쿠점주협의회측 설명이다.
특히 해지가 결정된 11명은 모두 협의회 공동회장·부회장·총무·감사·회원으로 협의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온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쿠쿠점주협의회는 계약 해지 통보뿐만 아니라 대리점 인근에 ‘직영점’을 내는 매출을 떨어뜨려 폐업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쿠쿠점주협의회는 지난해 12월 24일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쿠쿠 본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쿠쿠는 공정위 권고를 받아 센터와 쿠쿠가 함께 합의한 계약서 약관을 토대로 위탁 계약 관계가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쿠 관계자는 “서비스센터(대리점)와 서비스 위탁 계약을 맺고 있다”며 “최초 계약 때 2년간 계약을 유지하는 것 외에 계약 기간은 1년이다. 계약 종료에 대한 의사 표시가 없는 경우에만 자동 갱신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약관을 통해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계약 갱신 여부는 다양한 평가 지표를 고려해 숙고 끝에 결정하기 때문에 해마다 계약이 유지되거나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를 제기한 센터 외에 다양한 평가 지표를 고려한 후 숙고 끝에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 센터가 있다는 게 쿠쿠전자측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고객만족도 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런 평가와 경영 전략 등 다양한 사안을 숙고해 서비스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매해 계약을 갱신하는 곳도 있고 계약 갱신을 하고 있지 않은 센터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 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센터는 수리 서비스만 종료될 뿐이지 제품 판매 등 다른 센터 업무는 지속할 수 있다”며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해당 사실을 고지했으며 다른 의도는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 기업 갑질 반성하지 않으면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추세
일각에서는 두 회사 갑질 논란이 향후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가 기업 갑질 이슈에 민감해지며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이어진 사례가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13년 대리점 갑질로 물의를 빚고 불매운동 타깃이 된 남양유업은 지금까지 불매운동에 따른 상흔(傷痕)이 또렷히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고(高)물가·고환율·고금리 영향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가전 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도 전망이 어두운 편"이라며 "이에 따라 이번 논란이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주면 더 큰 실적 감소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브랜드는 소비자 선호도와 우호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연계되면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갑질 이슈는 선의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며 "이슈와 관련된 관계자 입장을 명확하게 듣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