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3.16 07:28 ㅣ 수정 : 2023.03.16 07:28
최근 공정위 국내 6개 은행 현장 조사 나서 실무자 대상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점검한 듯 “각자의 영업비밀” 담합 이유 없다는 은행권 사정기관 앞세워 압박 강도 키운다는 분석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은행들의 ‘금리 담합 의혹’ 조사에 나서면서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독과점 체제인 은행권의 영업 방식에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선 금리 산정 구조상 담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맹탕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이번 공정위 조사가 유의미한 제보·신고에 기반한 게 아닌 만큼 은행 압박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 대출금리와 수수료 등에 은행 간 부당한 공동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겠단 목적이다.
이번 조사는 별도의 신고 없이 공정위 직권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1차로 취합한 자료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추가 현장 조사를 벌이겠단 계획이다. 현재로선 조사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권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조사는 대규모가 아닌 소수의 공정위 인원이 방문해 진행됐다. 각 은행의 여신 관련 부서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금리 운용 현황이나 산정 근거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받은 한 은행의 관계자는 “공정위 직원들이 회의실에서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필요하면 자료도 제출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 인원이 아니면 접근하지 못 하게 했는데, 시끌시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금리 담합 의혹은 지난해 말부터 나온 ‘돈 잔치’ 비판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들이 과도하게 높은 대출금리 적용으로 막대한 실적을 거두고, 내부적으로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이자 장사’ 논란이 나왔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별로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각종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한다. 준거금리는 은행채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이 해당되며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된다.
일단 은행권은 금리 담합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금리 산정 구조의 큰 틀은 같지만, 각 은행별로 산출 방식에 차이가 있고 철저한 영업 비밀인 만큼 담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용도 평가 등 은행의 노하우를 공개하는 건 경영 전략을 무의미하게 한다는 논리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매일 각 은행들이 내주는 대출금리 밴드(범위)만 봐도 큰 차이가 나는데 담합했으면 어느 정도 수준이 맞춰져야 하는 거 아니냐”며 “오히려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 담합 조사는 이해할 수 없다.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2012년 은행들의 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거의 4년 동안 조사를 벌였지만 사실상 무혐의 처분인 ‘심의 절차 종결’ 판정을 내렸다. 증거 부족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의혹 신고 등 명분이 부족한 상황에 전방위적인 조사가 들어온 걸 두고 다른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은행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사정기관을 앞세워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금리 내리라고 했을 때 내렸고, 사회공헌도 계속 늘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공정위까지 투입되는 건 무언가 또 원하는 게 있는 것 아니겠냐”며 “정상 영업하고 있는 은행에 합당하지 않은 의혹을 입히면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심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