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3.15 07:15 ㅣ 수정 : 2023.03.15 07:15
SVB 붕괴는 고금리 따른 유동성 악화 美 연준 기준금리 결정에 변수로 작용 한국은행도 영향권···동결 여력 생기나 대출금리 기준 채권 금리도 연일 하락 긴축 속도 조절해도 일시적 조치일 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미국이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충격을 진화하고 나선 나선 가운데 중앙은행 통화정책 운용 셈법도 복잡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VB 붕괴의 결정적 요인이 고금리에 따른 기업 유동성 악화인 만큼 긴축 기조 유지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급격한 시장금리 변동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현재 연 4.50~4.75%인 기준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p)로 줄이거나, 아예 동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긴축 필요성을 강조해 온 연준은 SVB 파산이라는 변수에 맞닥뜨렸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으로부터 폐쇄 조치된 SVB가 고금리에 따른 기업 유동성 악화로 붕괴됐기 때문이다.
SBV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을 주요 고객으로 뒀는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돈줄이 말라버린 기업들의 예금 인출 요구가 크게 늘자 보유한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을 매각했다.
문제는 가격 하락세 속 채권 매각에 SVB 손실이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모바일뱅킹을 통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속출했고 SVB는 불과 36시간 만에 초고속 파산했다.
SVB 파산 과정마다 ‘높은 금리’가 영향을 끼친 만큼 연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장 오는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인상폭 축소 뿐 아니라 동결, 나아가서는 인하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일시적으로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일본 노무라증권은 0.25%p 인하 뿐 아니라 연준의 양적 긴축 중단을 제시했다. 그동안 나온 빅스텝(0.50%p 인상) 전망은 자취를 감췄다.
연준의 행보는 다음 달 한국은행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기준금리 속도조절에 나설 경우 한국 입장에선 금리 격차 확대 우려를 한시름 덜 수 있다. 기준금리 동결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전망 중 하나인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한국은행도 같은 선택을 한다면 시장금리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금리와 동행하는 대출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2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 대출금리가 올랐던 건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미국도 기준금리를 그대로 둔다면 시장에서 이를 반영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출금리가 오를 요인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상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 산정은 은행채를 기준으로 하는데, 은행채는 국채 금리를 따라간다. 얼마 전까지 국채 금리가 뛴 건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우려 영향이었지만 SVB 파산으로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실제 전일 오후 3시 40분께 한국 국채 금리는 3.31%로 기준금리(3.50%)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일 종가(3.87%)과 비교하면 0.56%p 빠진 수치다. 이는 시장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 목적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인 만큼 이번에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나오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나 이번 SVB 파산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만 진정된다면 언제든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는 데다 누적 인상분까지 반영할 경우 충격은 배가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Fed Watch의 3월 FOMC 회의 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 금리 동결 확률이 SVB 사태 직전 0%에서 38%로 높아졌지만, 0.25%p 인상 확률도 62%로 경계감이 여전하다”며 “미 연준의 정책 기조 전환 등을 통해 뱅크런 현상 진정 등 신용위험 해소를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