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장기화만 막으면 美 금융 시스템 영향 작을 것"<현대차證>

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3.13 09:58 ㅣ 수정 : 2023.03.13 09:58

"위험회피 심리 확대…미 지역은행 '뱅크런' 리스크 완화 전까지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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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차증권]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사태가 글로벌 증시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미국 금융 시스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해당 사건으로 증시에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지역은행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 위험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주 미국 SVB 파산과 이로 인해 촉발되는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경계심리가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SVB가 대규모 유상증자 단행을 발표하는 등 회생 의지를 보였지만, 캘리포니아 금융당국이 유동성 리스크 전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실상 파산 상태인 SVB의 지급불능 상태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SVB 사태의 출발점은 금리였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VC)이나 스타트업 성장기업들의 수익성이 지난해부터 둔화되며 SVB의 예금 인출이 잦아졌는데, SVB는 예금을 지불하기 위해 투자 자산을 일부 매각해야 했다.

 

문제는 SVB의 포트폴리오 절반가량은 미국채였고, 최근까지 진행된 미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보유하고 있던 채권 자산의 가격이 낮아져 지불 능력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SVB는 결과적으로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이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미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 조달 이슈를 한동안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실리콘밸리에서는 주로 1~2주 단위로 급여를 지급하게 되는데, 도산 가능성이 큰 벤처 기업들은 급여 지불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이번 리스크가 장기화되지만 않는다면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규모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모든 은행들의 건전성은 매년 실시되는 '스트레스 테스트'로 확인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대형은행들은 일정 비율 이상의 준비금을 보유해야 하므로 자산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작다.

 

또 이번 파산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지만, JP모건체이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대형 은행의 자산규모는 SVB보다 10배가량 많다. 게다가 주로 VC 기업만을 고객층으로 삼았던 SVB와 달리 대형은행들은 자금 조달처가 다양하다.

 

SVB는 예치된 벤처기업들의 예금 상당부분을 미국채에 투자하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가 특이하기도 했다. SVB의 투자자산 중 미국채 보유 비중은 50%에 육박했는데, 일반적인 상업은행들의 예금 대비 미국 정부 및 기관채 보유 비중은 25% 수준이다. 또 SVB는 금리 파생계약 중 선물과 선도 계약이 전혀 없는 등 여타 은행 대비 금리 상승에 대한 헤징(회피) 시나리오도 없었다.

 

이 연구원은 "무엇보다 이번 리스크가 장기화된다면 미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블랙스완(예측 불가능한 사건) 이벤트가 나타날 가능성을 키운 첫 사례로, 해당 이슈는 향후 연준 금리 인상경로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준비했다.

 

실제로 이날 연준의 금리 경로를 예측하는 웹사이트인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80%가 넘던 빅스텝(한 번에 50bp 인상) 확률은 20% 미만으로 급락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이슈로 촉발된 위험회피 심리는 지역은행들의 뱅크런 위험이 완화되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 막바지 국면에는 2년물 금리 하락이 위험자산에 우호적으로 인식됐지만, 이번 2년물 금리 하락의 성격은 SVB 파산 이슈 여파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된 점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동성 리스크에 변동성이 커지는 증시 구간 내에서는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보유한 대형주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 증시도 대형주들이 최근 성과가 양호했던 테마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뱅크런 여파로 SVB의 주가는 급락했으며, 지역은행들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Regional Banking은 12% 하락했다. 반면 자금조달 다양화가 이뤄져 있는 대형 은행들의 주가는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었으며, JP모건은 오히려 2.5% 반등했고 대형 은행주 대부분의 하락 폭도 크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라며 "지난해 상장된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이 SVB에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데, VIX가 상승하며 안전자산선호 심리가 강화될 경우 빅테크 기업들로 구성된 나스닥100 기업은 수익성이 낮은 기업들로 구성된 'MEME ETF' 대비 상대강도가 우수한 성과를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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