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美 은행권 전반서 채권 포트폴리오 손실 문제 부각될 것"<하이투자證>
채권시장, 다른 은행의 SVB 사태 재연 여부 주목할 것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하이투자증권이 13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 사태가 미국 은행권 전반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지방은행인 SVB 파이낸셜그룹이 보유 채권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요 은행들의 주가 폭락과 함께 은행권의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SVB의 지주회사인 SVB 파이낸셜그룹은 210억달러 규모의 보유 증권을 매각해 1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SVB 파이낸셜의 주가는 하루만에 60% 이상 폭락했다.
SVB 파이낸셜은 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다른 기업에게 지원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났고, 스타트업으로부터 들어오는 예금 규모가 줄어들며 결국 자산 매각 단계까지 간 것"이라며 "SVB 파이낸셜은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거의 모든 매도가능증권(AFS)을 매각하기로 했고, 18억달러라는 대량 손실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SVB 사태로 미국 은행권 전반의 채권 포트폴리오 손실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대출기관의 AFS 대부분은 미국 국채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 연구원은 "1년 전 1% 내외에 불과하던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최근 5%를 웃돌면서 이로 인해 해당 계정의 보유자산 가치가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2022년 4분기 말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대출기관들의 증권 포트폴리오에서 미실현 손실 규모는 6200억달러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요 은행들은 미국 국채를 포함해 많은 채권을 자산으로 보유 중이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장기화)로 인해 손실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은행권이 직면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예금 인출을 충당하기 위해 일부 증권을 손실로 매각해 SVB를 따라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 채권시장이 SVB 사태가 자본력이 부족한 미국의 다른 은행들에게 재연될 수 있을지에 주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SVB 사태 직전까지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던 채권시장의 분의기는 다소 소강되는 모습"이라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Watch(미국 기준금리 전망 집계)의 3월 빅스텝 인상 확률도 기존 78.6%에서 60.2%로 하락했고, 베이비스텝 인상 확률은 21.4%에서 39.8%로 상승했다"고 했다.
5.05%까지 올랐던 미 국채금리 역시 SVB 사태 직후 4.74%까지 급락했다. 김 연구원은 "고용과 물가에 집중했던 통화정책 기대가 금융 리스크로 분산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주말 발표되는 비농업 고용과 이후 발표되는 물가 지표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으나 미국 은행권의 미실현 손실규모가 이례적으로 크다는 측면에서 이번 SVB 사태가 단발성 이슈에 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기물 금리의 상방경직성이 강하게 형성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