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디스플레이 최주선 호(號) '중국·세계경제 위기'에도 휘파람 부는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2.09 05:00 ㅣ 수정 : 2023.02.09 05:00

삼성디스플레이, 아이폰14 흥행에 6조원대 영업이익 달성
폴더블폰·아이폰14 패널 수요 급증에 고급 중소형 OLED 시장서 독주 체제
중국 BOE, 2024년 아이폰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업체 부상 가능성 커져
삼성디스플레이, 노트북·태블릿 포함한 중소형 OLED 시장지배력 더 키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미래 최첨단 기술력 확보"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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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사진=삼성디스플레이 / 그래픽=뉴스투데이 김영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 세계 경제 위기와 IT(정보기술) 기기 및 TV가전 수요 침체, 시장 내 경쟁 심화 등으로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혹한기를 겪었다. 

 

그러나 최주선(60·사진) 대표가 이끄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를 헤치고 역대 최대 실적 성적표를 거머쥐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6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 프로에 탑재된 패널의 70% 이상을 공급했다. 

 

같은 기간 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로 쓴 맛을 본 LG디스플레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시장 변동성과 값싼 패널로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애플 디스플레이 자체 생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 아이폰 디스플레이 최대 수주 가능성’ 등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용 중소형 OLED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위기론(論)을 잠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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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아이폰14 시리즈를 비롯해 애플워치, 에어팟 등 다양한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아이폰14와 14플러스.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사진 = 애플 홈페이지]

 

■ 폴더블·아이폰14 등 중소형 OLED가 실적 호조 이끌어

 

삼성디스플레이의 2022년 4분기 실적은 매출 9조3100억원과 영업이익 1조82000억원이다. 이를 반영한 지난 한 해 연간 실적은 매출 13조2100억원과 영업이익 5조9500억원이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8.4%, 영업이익은 33.4% 각각 늘어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중소형 부문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 3분기 대비 실적이 줄었지만 하이엔드(고급)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 두드러진 실적 호조를 일궈냈다. 

 

대형 부문은 연말 성수기 TV용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판매 증가와 LCD 재고 소진 등으로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 패널과 아이폰14 프로 패널 수요 급증에 힘입어 하이엔드 중소형 OLED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약 1490만대로 2021년과 비교해 약 6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폴더블폰 출하량 증가는 삼성디스플레이 실적과도 직결된다.  2021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 패널 시장 점유율이 약 93%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14 시리즈에 탑재되는 OLED 패널 70%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아이폰14 시리즈용 OLED 출하량 추정치는 1억2000만대이며 이 가운데 8000만대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 셈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기획팀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다자간 전화 회의)에서 “올해 1분기는 비수기라는 요인 외에 미국발(發) 인플레이션으로 세계 주요 지역 경기 둔화가 두드러져 지난해에 비해 침체국면을 보일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 플래그십(최고급) 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실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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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 현장을 직접 방문해 QD 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 연이은 위기에 중소형 OLED 지배력 강화로 승부수 

 

업계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꿋꿋하게 성장곡선을 그렸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우선 '중국발(發) 복병'이다. 한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이 전 세계 LCD 패널의 절반 이상을 공급했지만 저가 디스플레이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국내 업체들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부터 LCD사업 철수를 단계적으로 밟아 지난해 LCD시장에서 완전히 떠났다. 

 

다만 한국 기업들은 OLED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 세계 OLED 시장 점유율은 82.8%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폴더블폰과 아이폰 영향으로 중소형 OLED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세계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이 73.1%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까지 중소형 OLED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들이 중소형 OLED 시장을 맹추격하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홍콩 TF인터내셔널 증권 소속 애플 전문 연구원 궈멍치를 인용한 해외 언론에 따르면 아이폰15(가칭) 및 아이폰15 플러스(가칭)에 들어갈 OLED 패널 물량 대부분을 중국 기업 BOE가 확보했다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다. 

 

궈밍치는 BOE가 선점한 물량이 삼성디스플레이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이르면 2024년까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아이폰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로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에서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앞지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이 발표한 ‘BOE의 차세대 아이폰 공급 기사 관련 코멘트: 과한 행복회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14 시리즈의 업체별 추정 시장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68~72% △LG디스플레이 20~25% △BOE 5~10%다. 

 

지금까지 출시된 스마트폰에는 LTPS 패널이 주로 적용돼 왔다.  이에 비해 LTPS 패널은 전자이동속도가 빠르지만 빠른 반응 속도와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어 전력 소모가 많은 점이 단점이다.

 

LTPO 방식 패널은 LTPS보다 화면이 부드럽고 배터리 성능 효율이 더 높은 프리미엄 제품이다. LTPS 패널 부문에서 공급 업체별 시장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40~45% △LG디스플레이 40~45% △BOE 10% 내외로 추정된다.

 

LTPO 패널 내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85~90% △LG디스플레이 10~15%로 파악된다. 이를 근거로 아이폰15 시리즈(가칭) 내 점유율을 △삼성디스플레이 60~65% △LG디스플레이 25~30% △BOE 10% 내외로 예상된다.

 

김소원 연구원은 “Capa(생산능력)와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BOE가 내년 하반기 고급 OLED시장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점유율은 20% 수준”이라며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을 능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애플이 자사 모바일 기기에 탑재할 디스플레이를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이르면 내년 말 출시되는 최고 사양의 ‘애플워치 울트라’를 시작으로 아이폰 등 다른 기기까지 자체 디스플레이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게 되면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애플이 직접 생산에 나서면 위기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당장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디스플레이 생산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설령 구체화하더라도 단시간에 국내 기업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먼저 자체공급이 예상되는 애플워치는 사업 비중이 큰 부문이 아니다”라며 “디스플레이 기술력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애플이 워치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을 갖추더라도 위협할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안 국내 기업들이 손 놓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애플 자체 생산 디스플레이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또 “개발이나 설계는 애플이 하더라도 제조는 위탁을 맡겨야 하는 구조”라며 “일각에서는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위탁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하튼 애플이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중국발 위기로 시장 우위를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지배력 강화로 대응한다. 스마트폰 중심의 중소형 OLED 적용 범위를 이어 노트북, 태블릿 등으로 사업영토를 넓히는 전략이다.

 

이를 보여주듯 2021년 최권영 사장(당시 전무)는 2020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울트라신(매우 얇은), 내로 베젤(베젤이 얇은) 등 OLED 강점을 부각해 노트북과 태블릿, 자동차 등 새로운 응용처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8세대 태블릿·노트북 등 IT용 OLED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노트북용 OLED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태블릿용 OLED 점유율도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선제적 투자를 통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에 쓰이는 마이크로 OLED 투자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탕정에 XR 기기용 마이크로 OLED 파일럿(시제품) 라인 구축 작업에 착수 했다고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지도 담겨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캠퍼스 현장을 직접 방문해 QD 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라인을 직접 살폈다.

 

이 회장은 이후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어 △IT기기용 디스플레이 시장 현황 △전장(전자장비)용 디스플레이 사업 현황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로드맵 등 사업 전략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회장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보지 못할 실력을 키우자”며 ‘미래 핵심 기술’ 확보 중요성을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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