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 "임대차 제도개선안 보완책 뒤따라야"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임대차 제도개선안'이 효력을 내기위해서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동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개정했다.
이번 개정안엔 선순위 임차인 정보와 체납정보 확인권 신설,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의 범위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이른바 깡통전세나 전세사기 등으로 인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또 임대인이 차임 대신 관리비를 근거 없이 올려받는 등 투명하지 못한 관리비 인상으로 청년 등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선순위 보증금 등 정보나 체납 정보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우선 변제를 받는 소액임차인의 범위도 권역별로 일괄 1500만원으로 상향된다.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세입자의 정보확인권 신설이다. 세입자가 되려는 사람은 임대인에게 선순위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를 집주인에게 요청할 수 있다.
현행법상엔 세입자가 요구하더라도 집주인이 거부하면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추후 세입자가 경매때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했다. 개정안은 세입자가 정보 요구시 집주인은 의무적으로 동의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전세시장 형성과 세입자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손해배상 청구 권리를 계약서 상에 명시하는 등 세입자 권리를 강화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만일 임대차 표준 계약서에 이같은 내용이 빠져 있다면 세입자가 물건을 의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전문가 역시 "전세거래때 일어나는 깡통전세 문제나 전세사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셈"이라면서도 "권한의 충돌이나 남용 방지를 위한 견제책도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입자가 이런 권한을 남용할 수 없도록 집주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납세 증명서 제시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됐으나, 아직 기준이 모호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많이 홍보돼야 한다. 젊은 세대 등 정보력이 부족한 경우, 해당 내용이 임대차 계약서에 빠져 있더라도 검토하지 못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등을 중심으로 정책을 홍보해 세입자 권리를 챙기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세입자 권한 강화를 한 것은 좋지만, 이를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선 임대차 계약때 개업공인중개사도 임대인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권리를 주는 내용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임대인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세입자가 추후 피해를 본다면 공인중개사 역시 일부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소액임차인 범위도 일괄 1500만원 상향되면서 서울은 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 세종·용인 및 과밀억제권역은 보증금 1억4500만원 이하, 광역시는 보증금 8500만원 이하인 세입자들이 우선 변제 대상이 된다.
이와관련해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기준으로 중위 전세가격이 4억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개정안 혜택을 누리는 세입자들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 전세가격으로 따져봐도 역시 최우선변제 대상자 기준에 들어가기 힘들다"고 정책 실효성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