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2.24 10:25 ㅣ 수정 : 2022.02.24 11:46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말부터 두 차례 연속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는 ‘쉬어가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최근의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세는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2~3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은행권에선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나 빚투(빚 내서 투자)족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2월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된 수순···올해 추가 인상 불씨 여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올린 데 이어 올 1월에도 1.25%로 추가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2번 연속 오른 건 2007년 7월·8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한은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이전 2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효과를 점검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큰 목적인 가계부채와 집값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0명 중 88명이 동결을 선택했다.
기준금리는 1.25%로 동결됐지만 추가 인상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연일 3%대를 기록하는 고(高)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올해 2~3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상폭을 0.25%p로 잡으면 연내 기준금리가 1.75~2.0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는 좀 더 신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간 후 하반기에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금리 인상도 속도조절?···은행권 “금리 상승기, 대비해야”
일단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최근의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이미 6%에 근접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차주 신용도에 따라 매겨진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산정한다.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기준금리가 동결된 만큼 대출금리의 인상은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올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값으로 예대마진으로도 불린다. 통상 기준금리는 대출금리에 빠르게 반영되지만, 예금금리에는 둔감하게 작용한다.
예대마진 확대는 은행의 수익성 증가로 직결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은 2.21%p로 2019년 8월(2.21%p)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격차가 벌어졌다는 건 은행이 돈 벌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재칠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4~5%대로 설정한 데다 올 7월부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된다.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릴 경우 대출금리 상승은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선 금리 상승기에 대한 차주들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연쇄 인상될 경우 올 하반기께 주담대 금리가 6% 중·후반에서 7% 초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가 계속 인상될 거란 얘기가 나오는데, 현재 수준에서 인상분만 반영해 봐도 6%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는 것”이라며 “가산금리나 우대금리도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차주가 체감하는 대출금리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상승은 결국 차주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난해 저금리 기조 속에서 영끌·빚투에 나선 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 동결로 가뜩이나 조금씩 오르던 수신금리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걸로 보여 가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선 대출금리 상승이 예고돼 있는 만큼 차주들의 관심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본적으로 금리 상승기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지만, 주담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갈아탈 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시점(보통 3년 이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신용도나 급여가 올랐다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 행사하는 게 좋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신용대출은 1년 단위 연장이기 때문에 좋은 조건에 대한 직원들의 가이드를 받을 수 있지만, 담보 대출은 워낙 장기라 중간에 알려 드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미래 금리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금리 상승기엔 정책 대출을 받는 게 가장 좋고, 차주들 역시 여러 조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