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2.17 07:18 ㅣ 수정 : 2022.02.17 09:15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통화정책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한국은행(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대비와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방어를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한 만큼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저금리 기조 속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 건 한은···2월에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은 오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020년 3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고, 같은 해 5월 0.50%로 한 차례 더 인하했다.
1년 3개월 동안 동결된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0.75%로 인상됐고, 같은 해 11월 1.00%까지 오르며 제로(0) 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다. 한은은 지난 1월에도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했다. 지난해 12월 금통위 회의가 없었던 걸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2번 연속 오른 셈이다.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건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 불균형 해소에 기인한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하는 고(高)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시중 유동성이 주식·부동산 등에 유입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경기 상황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긴축 예고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했을 때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선 올해 기준금리가 최대 1.75%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성장과 물가의 현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고려해 보면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1.50%로 돼도 긴축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쉽게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단 한은이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하며 당분간 쉬어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3월엔 이 총재 임기가 종료되고,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맞물린 만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 수 있다. 물론 현재 한은 금통위원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보면 2월 ‘기습 인상’ 가능성도 잔존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가겠지만 코로나19 상황과 글로벌 경기 동향을 고려해 시점이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은이 독립성을 가진 건 사실이나 대통령과 (한은) 수장이 한 번에 바뀌는 만큼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셈법 고민이 깊을 걸로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출금리도 뛰며 영끌족도 충격 불가피
한은의 기준금리 예고에 차주들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의 신용도 등에 따른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 등을 빼 산정한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국채·은행채 등 준거금리에 영향을 줘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만큼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이어진 제로 금리 속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 내서 투자)’에 나선 차주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기준금리가 세 차례(2020년 8월·11월·2021년 1월) 인상되면서 전체 가계 이자 부담 규모는 67조3000억원으로 9조6000억원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액이 16만1000원 늘어난다.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들은 기준금리 인상 충격의 최전선에 노출돼 있다. 이미 이달 1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58~5.23%로 상단 기준 5%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규대출자 10명 중 8명(82.1%)이 변동금리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총량 증가율 목표치(4~5%)를 지난해(5~6%)보다 빡빡하게 설정하면서 은행의 여신 확대도 제동이 걸렸다. 7월부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가 시행된다.
은행 입장에선 한정된 대출 규모를 관리하기 위해 우대금리 축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는 차주들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직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대출금리가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차주들도 대출 조건 점검이나 추후 상환 여력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대환(대출 갈아타기)해 가계의 상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험도가 높은 변동금리 비중을 줄여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계의 실질적 채무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고정금리 대출 확대 시 금융 취약계층의 연체·부도율 감소, 자산가치 안정화 등을 통해 금융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반의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