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LG와의 영업비밀 침해사건 소송에서 패배한 SK측이 미국 배터리공장 포기라는 극단적인 배수진을 치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활을 건 싸움에 돌입했다.
SK측은 LG측에서 요구하는 수 조원 상당의 막대한 합의금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 차라리 미국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향후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제품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도록 한 ITC의 구제명령을 유예해달라고 최근 ITC에 청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청원에서 “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재앙적”이라고 표현하며 “SK뿐만 아니라 미국의 공익에도 장기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는 미국 조지아주에 진행하고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거론하며 “위원회의 이번 명령은 결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포기로 이끌 것이고, 이 프로젝트가 창출할 수천 개의 일자리와 환경적 가치가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호소했다.
ITC의 패소판결이후 LG와 합의금 문제를 놓고 이달 초 한 차례 만남을 가졌던 SK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합의금 규모 때문이다. SK측은 수 천억원을 제시한 반면 LG측은 3조원 규모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금 협상 결렬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확대 감사위원회를 열어 LG측의 요구는 수용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못 박았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내 기구인 감사위원회는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감사위원장은 최우석 고려대 경영대 교수, 이사회 의장은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다.
이후 김종훈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등은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 정계 인맥을 총동원해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위해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 배터리 공장 건설이 진행중인 조지아주 정치권은 SK 편에서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조지아주 의회 상원은 최근 LG와 SK 양사 간 배터리 분쟁에 대해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주의회 상원은 결의안에서 “현지 배터리 공급망과 일자리 보존을 위해 SK이노베이션 공장의 폐쇄를 막아야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대선에서 조지아주가 바이든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올해 초 2석이 걸린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면서 민주당의 상원 지배(50대 50)를 실현시킨 조지아주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하면 주의회의 이런 목소리는 무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측은 내달 11일(현지시간) 시한인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되, 만약 거부권 행사가 불발될 경우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한다는 플랜B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면 심리를 거쳐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에서 확정되기까지 또 다시 2년여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