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이노텍·디스플레이 '전장 3형제', 상반기 실적에 '휘파람'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구광모(46) LG그룹 회장의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의 핵심인 ‘전장사업(자동차 전기장치부품 관련 사업)' 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에서 전장으로 사업체질을 바꾸고 있는 LG그룹 3형제(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자동차 전자장치)사업본부와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에 질세라 LG디스플레이도 올해 상반기에 차량용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일궈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LG전자 VS사업본부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6919억원과 영업이익 8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1%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 실적은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 매출액(2조6619억원)과 영업이익(520억원)과 비교해도 개선된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2분기 매출액은 모든 분기를 통틀어 최대, 영업이익은 2분기 기준 최대치"라며 "전기자동차 캐즘(Chasm·일시적 시장수요 둔화) 영향에도 프리미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 수요가 늘어 성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 2분기 매출은 496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1분기 대비 1% 증가한 성적이다. 세부적인 영업이익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2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LG이노텍 1분기 영업이익이 약 14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이노텍은 특히 AD/ADAS(Autonomous Driving/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자율주행/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용 차량통신 부품 매출이 늘어 전장부품사업에서 탄탄한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부문별 구체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매출 기준 제품별 판매 비중을 공개했는데 차량용 패널이 9%를 차지했다. 2분기 전체 매출액이 6조708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차량용 패널 매출이 약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차량용 패널 매출이 전체 매출액 5조2530억원의 10%인 약 5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분기에 비중은 소폭 줄었지만 매출은 1분기에 비해 증가한 셈이다.
결국 LG그룹 '전장 3사'는 지난해는 물론 직전 분기인 1분기와 비교해도 2분기에 전장사업이 성장을 일궈내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상반기를 마쳤다.
이 같은 흐름이라면 올해 하반기 실적도 완만한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일각에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을 지목한다.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가 발간한 ‘세계 전기차 시장 및 배터리 수급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2023년 33.5%를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16.6%에 그쳐 전기차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기아자동차 상반기 실적 평가 및 하반기 전망 관련 자료를 인용해 "전기차 캐즘 현상이 선진시장에서 두드러지면서 국내 시장은 물론 미국 등 북미, 유럽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 6월 유럽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현대차가 14%, 기아가 25% 줄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유럽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0.8% 포인트, 0.7% 포인트 각각 내린 2.7%와 2.7%에 머물렀다.
두 회사를 합산하면 올해 6월 유럽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20% 감소했고 시장점유율은 1.1% 포인트 줄어든 5.4%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수에도 LG그룹 '전장 3형제'는 하반기에 모두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3분기에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부가가치 자동차 부품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미 수주한 신규 프로젝트 제품이 출시되면서 이에 따른 매출 증가와 사업 다각화로 수익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LG이노텍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 강화 △플랫폼 모델(맞춤형 제품을 최소화한 범용성 제품) 중심의 개발에 역점을 둬 수익성을 더욱 개선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 성장이 지난해와 비교해 10% 늘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주 잔고 역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전기차 캐즘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 악화, 소비 둔화 등 사업 암초로 올해 하반기 전장사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둘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전기차 판매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