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박희준 기자]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이 16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출신의 수미 테리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을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해 활동한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후 발표한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층 실질적인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이끌어냈으나 미국 정부는 수미 테리 연구원이 신고하지 않고 한국을 대변했다는 이유로 기소함으로써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미국 국무부 산하 공영 방송인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따르면, 17일 공개된 31쪽 분량의 기소장(indictment)은 수미 선임연구원이 한국 국정원에 일부 비공개 정보를 전달하고 미국 내 주요 인사들을 연결시켰으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기고하거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테리 연구원이 이를 대가로 고가의 식사와 명품 핸드백, 의류 등으로 받았다고 기소장은 밝혔다.
테리 연구원은 지난 2001년부터 2008년까지 CIA에서 분석관을 지냈으며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국장과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 분석관 등을 역임한 한국통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와 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으로 활동한 뒤 최근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에 임명됐다.
검찰은 지난 2022년 6월 17일 테리 연구원이 미국 국무장관과 국무부 고위관리, 한반도 문제 전문가 등이 참석하는 비공개 모임에 초대됐을 당시 1시간 정도 진행된 모임 직후 국정원 관계자의 차에 올랐으며, 이 관계자가 참석자 발언 등이 담긴 자신의 노트를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2016년 12월 한국 정부 관계자가 차기 고위 국가안보 관리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검찰은 명시했다.
미국 연방 검찰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을 대변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국 국정원 당국자가 지난해 1월 10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 전략 자산의 정례적 배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그 대상이라는 내용을 테리 연구원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테리 연구원은 같은 달 19일 자 언론 기고문을 통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무기 체계를 한국에 더 많이 순환 배치할 것을 미국에 권고했다고 미국 검찰은 지적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또 테리 연구원이 한국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2845달러짜리 돌체&가바나 코트와 2950불짜리 보테가 베네타 핸드백, 3450달러에 판매되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선물받았다면서 국정원 직원이 테리 연구원과 함께 선물을 구매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 TV 화면도 기소장에 첨부했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의 행위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1938년 제정된 외국대리인등록법은 정치 활동에 관여하는 외국 주체의 특정 대리인이 해당 주체와의 활동과 지출 내역, 선물 내역, 영수증 등을 정기로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연방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한국 정부에 대한 대리 활동을 미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 의회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을 증언하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감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