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무기] 세계 최고 수준의 불발률 보이는 ‘천무’ 확산탄, ‘잘못된 비난’ 받아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11.30 07:46 ㅣ 수정 : 2024.11.30 08:00

일부 로켓탄이 확산탄이나 불발률이 1% 이하이고 3분 내 자폭 기능도 있어 민간 피해 미미
북한의 장사정포 등 포병 화력을 개전 초기에 제압하는 ‘대화력전’ 수행에 절대적으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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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4일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논산·계룡·금산)이 국회에서 동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역 의원 및 시민들과 함께 집속탄(확산탄) 대량생산·수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지역구인 논산시 양촌면에 위치한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nd)의 협력사인 ㈜케이디솔루션이 ‘K-239 천무’에서 사용하는 확산탄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날 황 의원은 비인도적인 확산탄의 생산과 수출을 멈춰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천무에서 사용하는 일부 로켓탄은 수백 개의 자탄을 가진 확산탄으로 축구장 세 개에 달하는 넓은 범위를 초토화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확산탄은 불발탄이 발생하면 민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유엔 협약을 통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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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3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 일대에서 방산기업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nd)와 협력사인 ㈜케이디솔루션의 무기·총포탄 제조 공장인 스마트 플랜트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확산탄의 사용과 보유 및 제조를 전면 금지하는 유엔 협약인 ‘확산탄금지협약’은 2010년 8월에 발효됐으며, 현재 124개국이 가입돼 있다. 하지만 가입국들은 군사력이 미약해 확산탄을 활용하기 어렵거나 협약 미가입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등 직접적인 안보위협에 노출되지 않은 나라가 대부분이며, 현실적인 안보위협이 있는 나라들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에 확산탄은 대단히 유용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한국, 이스라엘, 폴란드, 대만, 핀란드, 우크라이나 등이 대표적으로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리투아니아는 가입했다가 탈퇴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을 두고 확산탄마저 보유하지 못한다면 안보상 허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확산탄금지협약이 불발탄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듯이 대인지뢰도 같은 목적으로 금지하는 국제 협약이 있다. 이런 협약들이 계속 힘을 받으려면 불발탄 발생 비율이 일반 탄약보다 높고, 이로 인한 민간 피해가 상당히 나타나야 한다. 만일 불발률이 낮고 민간 피해도 미미하다면 이 협약은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은 현재 불발률 1% 미만의 확산탄은 사용 및 보유를 허용하는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안보적 상황과 확산탄을 금지하는 국제 흐름을 고려해 그동안 불발탄 발생 비율을 낮추고 불발탄으로 인한 민간 피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력해왔다. 일반적으로 고폭탄의 불발률이 최소 2% 이상인데, KDind가 생산하는 확산탄은 자탄의 불발률이 1% 수준 이하이다. 이는 정부가 직접 확인한 불발률이고, 자체적인 시험 결과 불발률은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일반적인 고폭탄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1% 미만의 불발률은 미국도 성공하지 못한 세계 최고의 기술이다. 게다가 자탄이 불발되더라도 3분 내에 자폭하는 기능이 있어 자탄이 불발된 상태로 계속 남아 민간에 피해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즉 한국은 안보적 상황으로 확산탄을 보유할 수밖에 없지만, 불발률을 극소로 낮추는 유일무이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민간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사실이 이와 같음에도 네덜란드 NGO 단체인 ‘팍스’는 매년 확산탄 관련 블랙 리스트에 한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의 업체들을 올리고 있다. 이 리스트에 올라가면 유럽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국내에서도 일부 단체와 정치 세력들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수시로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위를 벌이는 것이 오늘의 실상이다. 

 

구경 239㎜ 다연장로켓인 ‘K-239 천무’는 당시 ㈜한화가 주 계약업체로 개발을 주관했으며, 두산인프라코어(발사대 차량)가 개발에 참여해 2013년 완료했다. 발사대 차량에서 12발을 단발 또는 연속으로 발사하는 차륜형 모델이며, 천무란 명칭은 하늘 ‘天(천)’ 우거질 ‘橆(무)’란 한자를 사용해 ‘다연장로켓으로 하늘을 뒤덮는다’라는 뜻으로 2011년 국민 공모를 통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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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2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4’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천무’를 유럽에서 처음으로 실물 전시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천무의 발사대는 포드당 6개로 발사대 차량에 2개의 포드를 탑재할 수 있으며, 포드 단위로 교체하는 재장전 시간은 160초에 불과하다. 230㎜급 유도탄·무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으며, 로켓탄의 사거리는 유도탄이 80㎞, 무유도탄이 45㎞이다. 230㎜급 유도탄·무유도탄 중 일부는 확산탄이며, 자탄이 3∼400여발 들어가 축구장 3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천무 이전에 우리나라 최초의 다연장로켓은 1980년대 개발된 ‘구룡’이다. 구룡이 사용하던 로켓탄이 130㎜ 무유도탄인데, 생산한 물량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를 천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포드당 20개인 발사대도 탑재할 수 있으며, 향후 구경 600㎜의 전술 탄도미사일인 ‘우레(KTSSM-Ⅱ)’를 천무 플랫폼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포드당 1∼2개인 발사대도 계획하고 있다. KTSSM-Ⅱ의 사거리는 30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육군의 포병 화력은 K9 자주포와 K-239 천무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포병 화력 중 다연장로켓에 해당하는 방사포의 비중(60% 이상)을 고려하면 향후 천무의 증강은 더욱 필요하다. 특히 천무의 확산탄이 계획대로 전력화되지 않으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물론 장사정포를 비롯한 포병 화력을 개전 초기에 제압하기 위한 ‘대화력전’을 수행할 수 없어 안보에 치명적이다. 따라서 대화력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기다. 

 

천무는 2017년 비밀리에 아랍에미리트(UAE)에 약 7000억원 규모를,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약 9880억원 규모를 수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는 2022년 기본 협정 체결 당시 288문을 도입하기로 했는데, 그해 11월 218문(4조 8300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최초로 체결했으며, 올해 4월에 72문(2조 2000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천무에 사용하는 확산탄은 그동안 수출하지 않았다. 다만 고폭탄만 2017년부터 중동과 폴란드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미국이 공급하는 다연장로켓인 ‘하이마스’의 확산탄이 게임체인저로서 성능을 인정받아 안보위협이 있는 여러 나라에서 확산탄 확보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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