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검색
https://m.news2day.co.kr/article/20240611500185
뉴투분석

조선업계 슈퍼사이클, 14년 전보다 더 오래가는 이유 3가지

글자확대 글자축소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6.12 05:00 ㅣ 수정 : 2024.06.12 09:26

선별 수주 힘입어 안정적인 신조선 물량 확보 이어져
인력 부족 리스크 당분간 발생할 가능성 낮아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 글로벌 함정 MRO·함정 건조 시장서 맹활약

image
(왼쪽부터)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HD한국조선해양(대표 정기선), 한화오션(대표 권혁웅), 삼성중공업(대표 최성안) 등 조선 3사가 14년만에 찾아온 슈퍼사이클(초호황)에 힘찬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특히 이번 슈퍼사이클은 지속 기간이 과거 2007∼2010년 슈퍼사이클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이러한 전망에는 △국내 경쟁 여건 완화 △인력 확보 정상화  △방산시장 성장 등 3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 슈퍼사이클 장기화 가능성은 조선 3사 외에 국내 경쟁업체가 사실상 줄었다는 점에 토대를 두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리포트는 경쟁업체가 최소화해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가 가능해져 조선 3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이에 따른 공정 정상화로 공정만회비용 감소와 선박 건조능력 향상도 조선사 흑자 경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흔히 '건조지연 비용'으로 불리는 공정만회비용은 조선사가 배 한 척을 만들 때 예상 원가보다 더 발생한 비용을 통틀어 일컫는다.

 

최근 조선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등장한 방산 사업도 슈퍼사이클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 효자로 등장했다. 

 

조선 3사 가운데 HD한국조선해양(옛 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수십 년 간 상선과 해양플랜트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특수선(군함) 시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스투데이>에 “조선사 생산성이 최근 뚜렷하게 향상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과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도 예상돼 올해 2분기 이후 조선업계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어 더 커지는 분위기”라고 풀이했다.

 

한승화 SK증권 연구원은 “조선 3사 가운데 지난 1분기 유일하게 적자를 낸 한화오션이 흑자로 돌아서 국내 조선 3사 모두 흑자 기조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조선 3사 큰형님 격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 135억달러(약 18조6000억원) 가운데 이미 84%인 113억3000만달러(약 15조6000억원)를 달성해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했음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image
조선 3사 수주잔고는 2024년과 2008년 모두 비슷하지만 조선업계 전체로 봤을때 2024년 수주잔고가  2008년 수주잔고의 54.8%에 불과하다. [사진=하이투자증권]

 

■ 국내 조선 3사가 전 세계 선박 수주 대부분 거머줘

 

국내 조선 3사가 전 세계 신(新)조선 발주을 거머쥐고 있다는 점도 이번 슈퍼사이클이 오래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경쟁 최소화와 업황 호조에 조선3사가 값비싼 선박 위주로 수주하는 이른바 선별수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이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조선 3사의 수주잔고는 약 4000만CGT로 지난 2008년 조선 3사 수주잔고와 유사하다.  CGT는 수주한 선박을 건조할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뜻하는 단위다.

 

수주잔고는 아직 이행되지 않은 수주액을 뜻한다.

 

국내 조선업계 전체로 보면 현재 수주잔고 물량은 2008년 당시 수주잔고(7300만CGT)의 54.8%에 불과하다.

 

이는 과거 중형 조선사 자리를 차지한 SPP조선,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 성동조선(현 HSG성동조선) 등 조선업체들이 파산했거나 사세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조선 3사 외에 경쟁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고 조선 3사 수주잔고도 넉넉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조선 3사가 무리하게 출혈 수주경쟁을 하지 않고 고가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를 진행하면 높은 선가(선박 가격)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과거 국내 조선업계가 무리하게 수주를 진행해 글로벌 발주물량이 최소화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신조선 가격은 한국 조선 3사 및 중국 조선사에 좌지우지 되고 있다”며 “살아남은 대형 조선소 중심으로 사업이 집중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mage
대규모 외국인력 충원으로 조선 3사 공정만회비용이 줄어들고 있다. [사진=하이투자증권]

 

■ 현장 투입 인력 확보와 건조역량 향상...인력 리스크 당분간 없을 듯 

 

국내  조선 3사 인력난은 최근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건조작업 상당 부문을 책임지는 외국인력에 대한 충원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외국 인력 4400명을 충원했으며 △삼성중공업 1800명 △한화오션 1000명을 충원했다. 

 

올해는 △HD한국조선해양 2700명 △삼성중공업 500명 △한화오션 500명의 신규 인력이 충원될 전망이다.

 

이러한 대규모 인력 충원에 힘입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 발생한 360억원 규모 공정만회비용이 올해 1분기에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화오션도 같은 기간 공정만회비용이 140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중공업은 야드(선박 건조 공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공정만회비용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인력이 유지되고 있어 향후 추가 공정만회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선박 인도 시기가 계약서에 맞춰 진행돼 조선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차례대로  증가될 것이라는 얘기”라고 밝혔다.

 

image
2023년부터 조선3사의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으며 1인당  CGT도 상승하고 있다. [사진=하이투자증권]

 

게다가 늘어난 인력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하이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중반 슈퍼사이클 시기에는 1인당 CGT가 평균 83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이번 슈퍼사이클은 1인당 CGT가 평균 121에 이를 전망이다.

 

1인당 CGT는 선박 한 척을 건조할 때 1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단위다. 즉 현재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과거보다 약 50% 향상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과다인력 유지와 생산성 저하로 조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이어갔다"며 “이 같은 기조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계속됐지만 2023년부터 생산성이 향상돼 앞으로 조선 3사는 호실적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조선 3사 인근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트, 핸드폰 가게 등 점포와 외국인 전문 해외 인력 사무소 등도 많이 생겼다”며 “게다가 기량 검증을 통과한 E-7(숙련기능인력)비자를 받은 근로자 중심으로 채용이 진행돼 생산성도 우수해 중장기적으로 인력 부족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image
제인스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시장 규모는 해마다 꾸준하 확장되고 함정 MRO 시장 규모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사진=SK증권]

 

■ 특수선 사업 확장 본격화... 국내 넘어 해외로 영토 넓혀

 

특수선 사업 확대도 조선 3사에는 호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공습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발생해 해군력 현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화된 함정의 유지보수(MRO)와 새로운 함정 건조 수요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의 조선업 역량이 이미 쇠퇴했고 이에 따른 함정 건조역량도 악화됐다. 이러한 여건은 한국 조선업계에는 사업 영토를 넓힐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방산 컨설팅업체 제인스(Janes)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시장 규모는 2024년 1500억달러(약 206조7700억원)에서 2029년 2300억달러(약 317조55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함정 MRO 시장은 해마다 600억달러(약 82조71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국의 올해 국방 예산을 살펴보면 함정 MRO 사업 규모가 139억달러(약 19조1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함정에는 본토에 있는 함정 외에 해외에서 활동중인 함정도 있다”며 “이에 대한 MRO 시장 규모는 3개년 평균치가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이고 이 시장은 매년 30%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9월 방산 분야에 9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등에서 해외 생산거점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며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해외 지역을 중심으로 함정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안보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실내 탑재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도 건설 중인 한화오션은 인도-태평양 및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잠수함 글로벌 수출을 넓힐 계획이다.

© 뉴스투데이 & m.news2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많이 본 기사

ENG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포스트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이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