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4.18 01:45 ㅣ 수정 : 2024.04.18 01:45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통화 기조 강화에 6월 금리인하 가능성 멀어져 원달러 환율 17개월만에 장중 1400원 돌파,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갈등고조로 유가마저 뛰면서 시장상황 극도로 불안정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시장에서 기대하는 금리인하보다 오히려 고금리를 더 지속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미국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7일 장중 1400원을 넘어서기도 하는 등 킹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에서의 긴장고조로, 고유가현상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고환율, 고금리, 고유가라는 3고 현상에 패닉상태에 빠졌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한때 1400원을 살짝 넘어서면서 2022년 11월7일이후 약 17개원만에 1400원을 웃돌았다. 가파른 환율상승에 놀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7.7원 하락한 1386.8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한 달러강세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이라도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외환시장 역사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이날을 포함해서 네 번밖에 없었다. 외환위기 시기인 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광폭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졌던 2022년 하반기, 그리고 이날까지 총 네 번에 불과하다.
더욱이 달러 강세 현상은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중이어서 시장에서는 킹달러의 재림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 인덱스는 106까지 올라와있다. 작년 11월 이후 5개월만에 최고치 수준이다.
지금의 달러 강세는 기본적으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른 것이다. 올해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6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등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시장예상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오자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에 의문부호가 잇따르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연준 내 매파인사들은 지금은 금리인하를 서둘러서는 안되고, 오히려 금리를 더 올리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기조를 나타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경제관련 포럼에서 “지금까지 강한 노동 시장과 물가상승률 진행을 볼 때 긴축적인 (금리) 정책이 더 작동하도록 두고 지표와 전망을 더 살펴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해 6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확실한 찬물을 끼얹었다.
문제는 연준의 통화긴축정책 뿐이 아니다. 이란의 개입으로 중동에서 확산되고 있는 긴장과 갈등은 이스라엘-이란간 분쟁이 또다른 중동의 화약고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국제유가에 비상등이 켜진 것도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럽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중동갈등이 실제 전쟁으로 치닫을 경우 국제유가는 12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유럽이 미국과 다르게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도 달러강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률 하락 과정에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긴축적인 통화 정책을 완화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해 미국 연준과는 확연히 다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유럽이 금리를 지속해서 인하하고, 미국이 고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한다면 자금은 고금리를 쫓아 미국으로 몰려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러강세 현상은 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1달러=1유로 현상을 가리키는 패러티 시점을 점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