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한파’ 뚫고 하반기 이후 기지개 켜나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15년만에 최악'이라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불황과 경기 침체, 소비 위축에 따른 연간 실적 부진이 어느 정도 예견돼 여론은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 올해 하반기 실적 발표의 최대 관심사는 '반도체 업황 반등 여부'였다. 이에 따라 최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연간 실적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이는 또 다른 국내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 영업이익 회복세가 두드러진 양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반도체 회복’이 자리잡고 있다.
두 기업이 반도체 생산량을 크게 줄여 재고가 소진됐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며 반도체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같은 흐름은 올해 고부가 D램을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는 전 세계 경기가 워낙 어려운 상황인 데다 예측하기 힘든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반도체 회복을 예단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 삼성전자, 하반기 개선세 뚜렷·SK하이닉스 4분기 흑자전환 기대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연결기준 연간 실적 추정치가 △매출 258조1600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으로 2022년 대비 각각 14.58%와 84.92%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만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매출 각각 67조원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2022년 동기 실적인 △매출 70조4600억원 △영업이익 4조3100억원과 비교해 각각 4.91%, 35.03% 줄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영업이익이 △1분기 6402억원 △2분기 6685억원으로 '억' 단위로 급감했지만 △3분기 2조4335억원 △4분기 4조3100억원으로 하반기에 다시 '조' 단위를 회복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258.2%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지난해 잠정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회복 청신호가 감지됐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3분기 영업손실이 2분기(2조8820억원)와 비교해 1조원 이상 줄어드는데 성공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D램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바닥을 찍고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4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키움증권은 “D램과 낸드(NAND) 가격이 시장 기대치보다 더욱 크게 반등할 것”이라며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220억원으로 제시해 흑자전환을 점쳤다.
하이투자증권은 “D램과 낸드 부문 모두 경쟁사 대비 출하량 증가율은 낮지만 평균판매단가 상승률은 높을 것”이라며 영업이익 추정치를 2755억원으로 제시해 마찬가지로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 2024년 '고부가 D램' 중심 반등 기대↑…시기적절 생산·투자 필요성 여전
이에 따라 2024년을 기점으로 메모리 반도체 반등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 커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눈에 띄는 실적 변화 영향도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시장에서 AI(인공지능) 확대에 따른 고부가 D램 수요가 늘어나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과 낸드는 모두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PC용 D램 범용제품 ‘DDR4 8Gb’의 지난해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로 전월 대비 3.33% 상승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128Gb 16Gx8 MLC’의 11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4.085달러로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5.39% 상승했다. 주요 메모리 업체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지난해 폭락했던 낸드 가격 정상화를 통한 수익성 회복을 추진해 가격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는 3분기 대비 13∼18% 상승했으며 판매단가는 올해 1분기에도 13∼18% 오를 것”이라며 “제품에 따라 △모바일 18∼23% △PC·서버·그래픽 각각 10∼15% △소비자용 8∼15%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D램과 비교해 재고 조정과 수요 개선 속도가 다소 더뎠던 낸드 시장 전망도 올해는 긍정적이다. 트렌드포스는2024년 낸드플래시 가격이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 회복과 함께 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등 D램 관련 고부가 제품 판매가격은 올해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HBM과 DDR5에 대한 수요 강세로 서버용 제품 판매가 급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DDR5와 HBM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며 “평균 판매 단가는 주요 제품의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나 약 10% 가량 올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전 분기(2분기)와 비교해 영업적자가 6100억원 줄었다”며 “HBM, DDR5, LPDDR5x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일부 판매가격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HBM은 올해에도 반도체 제조업체의 수익성 개선을 좌우하는 제품으로 등장했다.
KB증권은 올해 HBM 공급부족을 전망하며 “AI 반도체에 활용되는 HBM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이익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를 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트렌스포스는 “AI 열풍 속에서 HBM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며 "2023년 HBM 수요가 전년 대비 58%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약 30% 추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에도 △IT(정보기술) 수요의 더딘 회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등 악재로 반도체 반등을 확신할 수 없다는 엇갈린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D램은 확실히 좋아졌고 낸드는 아직도 좀 시장이 조금 부진하다”며 “그래도 원만하게 성장세, 회복세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만 보면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상당히 안 좋은데 최근 반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2022년 4분기부터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며 시기적 차이는 있었지만 제조사들이 감산에 들어가 이제는 재고 수준도 정상화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D램은 상대적으로 시황 개선 조짐이 두드러진다"며 "특히 HBM, DDR5 등 수요가 많은 특정 제품 수급이 타이트하다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AI 서버 외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 모바일 분야 등도 나아지고 있지만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돌아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낸드는 D램보다 수요 회복 속도가 더 느리지만 바닥은 어느정도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며 “낸드도 고용량이 많이 쓰이는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2023년보다 2024년에 좀 더 반등할 거라는 전망은 합리적”이라며 “다만 수요가 실제로 회복되는 상황을 보면서 제조사들이 이에 적합한 생산과 투자를 조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