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 등 조선 3사, 수퍼사이클 시대 활짝 연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올해 3분기 모두 흑자를 달성해 조선업계가 본격적인 '대흑자 시대(수퍼사이클·Supercycle)'를 활짝 열었다.
이와 함께 △친환경 연료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견조한 수요 △탄탄한 원유 수요와 함께 부족한 원유운반선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및 해양플랜트 기대감 △한정된 신조선 건조량에 따른 신조선가 상승 △철광석 가격 안정화에 따른 후판(6mm 선박용 철판) 가격 안정화 등이 겹쳐 한국 조선업계 실적이 향후 수년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신조선 건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역량을 갖춰도 여러 대외적 여건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실적 성장이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한국 조선업계 역량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 우호적인 경제 상황이 맞물려 조선사 성장이 더욱 가팔라지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조선업 역사에서 공급자(조선사)가 업황을 결정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글로벌 선사들이 친환경 시대에 발맞춰 LNG 운반선 등 신조선을 확보하려면 국내 조선3사와 접촉할 수밖에 없으며 현재 조선3사는 상당한 수주 잔고를 쌓아두고 있어 공급자 우위 시장 판도가 좀처럼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조선 건조 수요 증가에도 공급량이 명확하게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 한화오션 흑자 전환이 대흑자 시대 방점 찍어
조선3사 모두 선박 건조 역량 측면에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규모 측면에서 볼 때 HD한국조선해양이 압도적인 규모를 갖추고 있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그 뒤를 이어 유사한 수준의 사업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판도도 조금 바뀌는 모습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최근 수년간 별다른 이슈가 없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최근 주인이 바뀌었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확정지었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직원 연봉을 인상해 사기 진작에 나섰으며 이에 힘입어 한화오션은 노사 협력 강화와 건조 설비 최신화 등을 통해 기업 건조역량 향상에 힘을 쏟았다.
일반적으로 조선사 건조역량이 증가하면 매출이 늘어나고 수익성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런 적극적인 경영정상화 전략에 힘입어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을 기록해 3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품에서 한화그룹으로 둥지를 옮긴 한화오션이 마침내 본격적인 흑자 궤도에 올랐다는 것은 조선3사 모두 대흑자 시대에 본격 돌입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이외에 HD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매출 5조112억원, 영업이익 690억원, 삼성중공업은 매출 2조원, 영업이익 75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 친환경 연료 LNG와 늘어나는 원유 수요·고유가 시대 이어져 조선 업계 먹거리 걱정 '뚝'
지난 2021년부터 최근까지 한국 조선업계 실적을 끌어 올리고 있는 선종(선박 종류)은 LNG운반선이다.
조선업황 조사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 가운데 △지난 2020년 총 85%의 물량을 수주했으며 △2021년 93% △2022년 68% △2023년 상반기 87% 등 견조한 수주를 기록했다.
게다가 오는 2024년에도 여전히 전세계에서 LNG운반선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LNG운반선 인도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조선사가 대부분 LNG운반선을 수주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호실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2024년에는 친환경 선박시장 이슈가 더욱 본격화돼 선사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CII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시행하는 환경규제로 1t 화물을 1해리(1852m)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연료사용량, 운항거리 등 선박 운항정보를 활용해 지수화한 수치다.
IMO는 2023년 운항 실적을 바탕으로 2024년부터 여러 선박에 CII 등급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관리하고 탄소를 일정 이상 배출하는 선박 운항을 제한할 방침이다.
결국 이 같은 규제를 준수하려면 친환경 연료 LNG를 적극 사용해야 되며 이에 따라 전세계 각국 선사들은 꾸준히 LNG운반선을 확보해야 한다.
LNG를 선박 연료로 사용하면 기존에 선박 연료로 사용되던 벙커C유(고유황유)와 비교해 황산화물(SOx) 배출이 거의 없고 질산소화물(NOx)과 온실가스 배출은 각각 85%, 25% 이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다수의 PNG(파이프를 통해 LNG를 이송하는 시스템) 사용이 불가능해져 LNG운반선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2027년부터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LNG 프로젝트를 감안하면 LNG운반선 발주가 2024년부터 매년 90척 이상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LNG운반선 건조는 3년 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할 때 2024년에도 LNG운반선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운반선(탱커선) 선복량 및 원활하지 않은 원유 수요 공급망도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 자료에 따르면 최근 원유운반선 선복량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톤마일(원유 1t당 이동하는 거리) 비율은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원유운반선이 효율적인 이동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원유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지만 이를 운반할 선박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안유동 연구원은 “글로벌 선사의 대규모 원유운반선 발주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러 중국 조선사는 이미 상당 물량 원유운반선을 수주해 도크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에게도 상당한 기회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빠르게 원유운반선을 인도받으려는 선사들은 국내 기업과 접촉해 발주를 진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수년간 해양플랜트 수요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유지돼야 해양플랜트 가동이 경제성을 띤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WTI 가격은 전날보다 1.43달러(1.89%) 오른 배럴당 77.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고유가는 2022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이에 국내 조선사 해양플랜트 수주는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월 브라질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에서 수주한 8500억원 상당의 부유식 원유 저장생산설비(FPSO, 해양플랜트 일종)의 하부설비(Hull) 건조에 돌입했다. 모회사 HD한국조선해양은 멕시코 동부 해상에 설치될 1조5000억원 상당의 FPSO 건조 계약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2022년 12월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로부터 1조6000억원 규모 부유식 LNG생산설비(FLNG, 해양플랜트 일종)을 수주했다.
■ 기간산업 특성상 건조량 확대 쉽지 않아... 실적 확대 예상
조선업은 일정 부지에 야드(선박 건조장)를 조성하고 크레인, 도크(선박 건조 공간), 플로팅 도크 등 여러 제반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인력 수만명을 투입해 선박을 건조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그리고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울산 및 거제도에서 야드를 운영 중이다. 조선 3사가 건조량 규모를 늘리려면 부지를 추가 매입한 후 야드를 조성해 운영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이 부지를 확장하는 전략은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 부지 매입 비용은 물론이고 야드 조성 비용, 근로자 투입 비용이 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2020년 조선업 불황 시기에 많은 조선사들이 파산했다. '중견 조선사 신화'로 칭송받았던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은 중국 다롄(Dalian)에 야드를 조성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이어갔고 대한민국 최초 조선사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은 필리핀 수빅(Subic)에 야드를 조성했다. 이후 두 기업은 무리한 확장 때문에 사세가 크게 기울어 현재 해외에서 조선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조선3사 역시 공격적인 설비 확장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조선업계의 최근 7년 간 신조선 건조량 규모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조선3사는 지난 2016년 901만CGT(표준선환선톤수)를 건조했으며 △2017년 843만CGT △2018년 751만CGT △2019년 654만CGT △2020년 567만CGT를 기록했다. 물론 최근 △2021년 1051만CGT △2022년 781만CGT를 기록하며 소폭 건조량이 늘었지만 추가 인력 증가 및 생산설비 확장이 어려워 건조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한정된 부지·인력에 따라 매해 건조되는 선박 수는 유사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공급자 우위 시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 글로벌 선사의 신조선 발주 물량이 증가할수록 건조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신조선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25p에 불과하던 신조선가 지수는 올해 10월 기준 176p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중장기 적으로 신조선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조선3사가 해마다 유사한 선박 건조량을 기록해도 매출이 꾸준히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철광석 가격이 수년 째 안정화 되고 있어 철강업계가 후판(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6mm 철판)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낮다. 업계에 따르면 후판은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조선가 상승에 따라 조선사 매출이 증가하고 꾸준한 후판 가격 안정화가 예상돼 추가 제조비용 증가 우려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 실적은 꾸준히 향상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보증권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2025년까지 급격한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매출 22조원, 영업이익 4320억원 △2024년 매출 27조9300억원, 영업이익 1조9220억원 △2025년 매출 29조9870억원, 영업이익 2조98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한화오션은 △올해 매출 7조5320억원, 영업손실 1170억원 △2024년 매출 10조700억원, 영업이익 6390억원 △2025년 매출 10조6770억원, 영업이익 94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 7조7580억원, 영업이익 2260억원 △2024년 매출 9조855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 △2025년 매출 10조8880억원, 영업이익 1조56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