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3大 호재 힘입어 '반도체 불황 터널' 3분기에 빠져나온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이르면 올해 3분기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최첨단 제품을 무기로 불황 터널을 빠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별 3분기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 전망은 우울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3분기에 2조~4조원의 영업적자, SK하이닉스는 1조~2조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DS(반도체) 부문 실적 추정치는 영업적자 4조원이다. D램은 기대치를 웃도는 출하량과 가격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D램 내 고부가가치 메모리 HBM의 매출 비중이 1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낸드(NAND) 출하량이 부진하고 예상보다 대규모 감산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 3분기에도 영업적자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유진투자증권은 환율 상승 영향으로 반도체 부문 매출이 16조400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반도체 생산 가동률 하락에 따른 단위 원가부담 확대와 신규 팹(Fab:공장)인 P3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 때문에 영업적자가 3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사정은 비슷하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 추정치는 영업적자 1조6000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 매출 비중 확대 효과로 D램 부문에서 영업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스토리지(저장장치) 시장 수요 부진에 낸드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1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D램은 지난해 4분기 이후 2개 분기만에 영업흑자로 돌아설 수 있지만 낸드는 적자폭을 줄이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의 3분기 예상 실적에 반도체 업계는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는 안도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3분기는 불황에 마침표를 찍고 업계 감산 노력에 따른 재고 감소 효과와 함께 바닥을 지난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4분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7.8% 오르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가트너는 D램 시장보다 사정이 더 안 좋은 낸드 시장도 올해 말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낸드 시장 평균 판매단가는 오는 4분기부터 상승곡선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D램 업체들이 계약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공급 과잉으로 납품가격 협상 주도권을 갖기 어려웠지만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공급자 우위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D램 현물가격 상승도 업황 회복 여부를 알려주는 주요한 시금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에 따르면 이달 20일 오후 2시 40분 기준 D램 현물가격 평균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적자폭이 대폭 축소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를 보여주듯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4분기 실적 추정치를 매출액 67조원, 영업이익 3조4000억원으로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LSI(대규모 집적회로)의 영업흑자 전환과 낸드 영업적자 폭 축소가 예상된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 판매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7~8% PC D램 가격이 2~3% 각각 올라 D램 부문의 영업흑자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연구원은 “또한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낸드 역시 4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2~3% 가격이 올라 업황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SK하이닉스 4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8조6억원과 영업적자 9000억원"이라며 "DDR4의 유통재고가 올 연말·내년초 정상 수준에 근접하기 시작해 D램의 고정가격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낸드도 아이폰15 등 모바일 제품의 판매 회복에 일부 제품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4분기 D램 부문 영업이익률이 크게 나아지고 낸드도 영업적자 폭이 축소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반도체 갈등 등 아직 해결되지 않는 변수를 계속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뉴스투데이에 “반도체 시장이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적자 폭이 줄어들고 내년에는 하반기보다 더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 세계 경제 정상화와 전쟁 종식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중국이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경제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고 미국이 반도체 지원금 제공기업에 중국 생산 공장 업그레이드 중지와 10년간 투자 금지 등 제약을 두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 가운데 반도체가 20%를 차지하고 있고 반도체 수출 중 60%가 중국으로 가는 점이 우리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라며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반도체 수출 다변화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