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미 신용등급 강등에 애플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 줄줄이 하락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8.03 01:45 ㅣ 수정 : 2023.08.03 01:45
미국 신용평가사 피치 미국신용등급 최고인 A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 여파로 뉴욕증시 큰 폭으로 하락 출발, 엔비디아 테슬라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대부분 맥 못춰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줄줄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환율은 급등했고 원유, 천연가스 등이 하락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피치사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하락세로 출발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 등 주요지수들은 일제히 하락했는데, 나스닥지수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재정악화와 국가채무 부담증가 등을 고려했다면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시켰다.
미국 주요 신평사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S&P사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미국 증시가 15% 가량 폭락한 바 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했다”라며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용등급 강등소식과 함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플랫폼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대부분 하락했다. 시가총액 톱10 중에는 버크셔 헤서웨이만이 소폭 올랐다.
특히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6.5% 떨어져 430달러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 역시 3.75% 하락해 250달러를 위협받고 있다.
뉴욕증시의 하락에도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강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에번스 메이 웰스의 브룩 메이 매니징 파트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등급 강등은) 실망스럽지만, 단기적으로 경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는 워싱턴 정가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에 백악관과 미국 재무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 경제가 세계 주요 경제 가운데 가장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자의적이며, 오래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용등급 하락에도 불구하고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7bp가량 오른 4.09%에서 거래되고 있고, 2년물 국채금리는 전장과 거의 같은 4.92%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국채가격 낙폭이 크지 않다는 것은 시장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ADP 전미고용보고서 역시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7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32만4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17만5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7월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6.2%를 기록해 전월의 6.4%보다 다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날 나올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에 맞춰져 있다. 고용이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미국의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2% 이상 하락했고, 천연가스는 3.5% 가량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