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또 '난기류'...EU 이어 美까지 ‘K-메가캐리어’에 견제구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5.20 05:00 ㅣ 수정 : 2023.05.20 05:00
EU 경쟁당국, 두 항공사 합병에 반대 의견 제시...미국도 '소송 검토' 說 EU집행위, 합병으로 경쟁 제한 가능성 제기..8월 3일 최종승인 예상 '찬물' 美법무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막기 위해 소송 카드 만지작 대한항공 관계자 "경쟁 우려 해소할 수 있는 해법 마련해 합병 이끌어내겠다" 밝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합병)에 또다시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두 항공사 합병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데 이어 미국에서도 ‘소송 검토설(說)’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 합병이 계속 난항을 겪자 여론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치는 모습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2월 양사 합병과 관련해 2단계 심사(Phase 2)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발표 결과를 토대로 자료조사 협조 및 시정조치 협의를 진행했고 오는 8월 3일경 EU의 최종 승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최근 EU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는 대한항공 측에 ‘경쟁 제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예비조사 결과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SO, 중간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SO에는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와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이 위축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의 부정적 의견에 향후 양사 합병 심사에 빨간 불이 켜지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DOJ)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 합병은 미국과 한국 간 여객 및 화물 운송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다만 소송 제기 여부가 최종 결정된 사안은 아니며 결정이 임박한 것도 아니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연 이은 부정적인 보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EU는 항공사 간 기업결합과 관련해 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보수적인 조치를 취한 전력이 있다. EU집행위는 2011년 그리스 1·2위 항공사 에게항공과 올림픽항공 결합에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그리스 항공시장의 90%를 점유할 수 있다’며 불승인했다.
게다가 EU는 당초 양사 합병 관련 심사를 7월 5일에 마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심사 기한을 한 달가량 초과한 8월 3일로 미룬 상태다.
미국 법무부도 지난해 11월 추가 검토 필요성을 이유로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특히 미국은 ‘타국 심사 추이 및 상황을 보며 지속적으로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심사 기한이 명확하지 않아 미국 당국의 불투명한 입장은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EU 경쟁당국의 SO 발행은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라며 “대한항공은 SO에 포함된 경쟁당국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과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설명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EU 경쟁당국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SO를 발부했지만 대한항공과 시정조치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법무부의 소송 건에 대해 “소송 여부는 전혀 확정된 바 없으며 미국의 일개 매체가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지난 5월 12일 DOJ와의 대면 미팅을 한 결과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타임라인(향후 일정표)도 미정이어서 대한항공과 계속 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특히 심사 과정에서 △한미 노선에서 한국인 승객이 대다수인 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강력한 시정조치를 이미 부과한 점 △이번 통합은 정부의 항공 산업 구조조정 및 고용 유지 방침에 대한항공이 적극 호응해 진행된 점 등이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로스앤젤레스(LA)·뉴욕·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노선에 신규 항공사 진입, 증편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 경쟁 체제가 가능한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EU 중간평가 결과나 미국 법무부 소송 보도 핵심은 ‘경쟁 제한 우려’인데 결국은 더 많은 슬롯(특정 시간 공항 이용 권리)을 반납하라는 취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경영·경제전문가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매각되지 않으면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미국과 EU에 명쾌하게 설명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양사 합병 때 국내 전체 항공 시장에서 90%를 점유하게 된다”며 “미국과 EU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졌을 때 국제적으로 미칠 영향을 우려해 견제구를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이 부실해지며 추진하게 된 합병이라는 점을 강조해 미국 경쟁당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