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5.03 00:36 ㅣ 수정 : 2023.05.03 00:36
퍼스트리퍼블릭은행 JP모건 인수발표이후 은행 유동성 위기 끝날 것이란 기대감 컸지만 팩웨스트 뱅코프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40% 이상 떨어지는 등 다른 중소은행들도 크게 동요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가 거래발표 직후 “은행 위기는 끝났다”고 발언했음에도 또다른 중소은행인 팩웨스트 뱅코프가 30% 이상 급락하며 은행 위기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2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5.5달러까지 급락했다. 팩웨스트 뱅코프는 이날 전장보다 1.65% 하락한 8.92달러에 장을 시작해 시간이 갈수록 매물이 늘어나며 5달러 중반까지 밀렸다. 주가 급락 과정에서 몇 차례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팩웨스트 뱅코프는 지난달 24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1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만해도 11달러 이상에서 거래가 됐지만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확인되고 매각절차에 돌입하자 1일과 2일 연이틀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5달러 중반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암호화폐 미디어 회사 TFTC 창업자 마티 벤트는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섬뜩할 정도로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LA에 본사를 둔 이 은행은 은행 유동성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와 뉴욕 시그너처 은행 파산 이후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매우 비슷한 주가 움직임을 나타냈던 곳이다.
또 다른 중소 은행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역시 전장보다 20% 가까이 떨어져 29.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 주식 역시 작년 최고가인 124달러에 비해 주가가 거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밸리 내셔널 뱅코프도 마찬가지로 전장보다 7% 이상 떨어져 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밸리 내셔널 뱅코프는 전날에도 19.72% 하락해 9달러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이틀만에 6달러대로 떨어졌다.
팩웨스트 뱅코프와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밸리 내셔널 뱅코프의 주가 움직임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뉴욕 시그너처 은행 파산으로 불거진 은행 위기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은행과 관련해 특별한 뉴스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더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전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 거래발표 직후 컨퍼런스 콜에서 “다른 작은 것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번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 단언한 바 있는데, 다른 중소 은행들의 주가폭락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중소 은행들로부터 시작된 불안감이 대형은행 투자심리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발표 직후 주가가 올랐던 JP모건을 비롯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일제히 주가가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유동성위기에 이어 매각절차를 밟았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제이미 다이먼 CEO가 이끄는 JP모건 측의 인수로 결론이 났다. 자산과 부채 인수가 결정된 직후 JP모건은 주가가 올랐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46% 하락에서 34% 하락으로 하락률을 소폭 줄였지만 곧바로 거래정지에 들어갔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 1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지만 기존에 썼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이름은 사라진채 JP모건 은행의 지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예금주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유동성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지만 기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인수조건이 알려지지 않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 3월 SVB 및 뉴욕 시그너처은행 파산 이후 미국 내에서 세 번째로 파산한 은행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