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호(號) "세계 1위 中 CATL과 한번 붙자" 외치는 이유는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국내 배터리 전문업체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야심 찬 미국 투자에 힘입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중국 CATL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은 자신들의 ‘텃밭’인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 지난 10년간에 걸친 투자와 시장 공략을 통해 탄탄한 기반을 갖춰 북미 시장을 노리는 중국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심감에 따른 것이다.
4일 하이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급속한 영업이익률 상승에 힘입어 오는 2024년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같은 해 CATL의 영업이익률 목표치 12%와 같은 수준이다.
게다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 선두주자 CATL을 견제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도 LFP-ESS에 국내 배터리 기업 최초로 사업영토를 넓힌다.
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재무와 기술 역량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CATL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활약하는 기업 가운데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크레딧(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대상으로 더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 고객사 위주로 경영활동을 펼치는 CATL과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LFP 배터리를 활용한 ESS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프론티어 정신도 칭찬할 만하다.
이러한 자신감을 보여주듯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올해 초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비용·납기(QCD) 역량을 바탕으로 고객이 신뢰하는 수익성 넘버원 기업을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IRA 보조금 및 꾸준한 QCD를 통한 영업이익률 향상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LFP ESS 사업 추진 등으로 CATL의 유일한 경쟁자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점을 내비친 셈이다.
■ LG엔솔, 美서 활약하는 기업 가운데 보조금 혜택 가장 많아...2024년 영업이익률 12% 전망
LG에너지솔루션은 수년째 미국에서 대규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북미에서 대체 불가능한 배터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광폭 투자에 힘입어 미국에서 IRA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IRA 발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7810억원 △2024년 1조6920억원 △2025년 3조2750억원 △2026년 5조441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보조금 취득 금액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많다.
이와 함께 미국내 투자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앞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북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290GWh △SK온 220GWh △삼성SDI 75GWh의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 CATL은 미국 IRA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북미 공략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많은 IRA 보조금을 얻을 것이라는 대목은 전기차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미국 완성차 업계와 가장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앞으로도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CATL은 중국 완성차 기업과 주로 거래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테슬라 상하이 공장을 제외하고 CATL 배터리를 장착한 대부분 중국 전기차는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 등에 주로 수출되고 있다. 이는 북미와 유럽에서 CATL 배터리 기반 전기차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LG에너지솔루션은 전세계 대다수 완성차 기업으로부터 호의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CATL과 대적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이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영업이익률 5%를 기록했으며 2023년 9%, 2024년 12%를 기록할 전망이다. CATL은 2021년 영업이익률 10%를 기록했으며 2023년 12%, 2024년 12%가 예상된다.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결국 기업의 배터리 사업 역량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즉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업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는 뜻으로 봐야 한다.
삼성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오는 2025년 CATL은 전세계에 880GWh 규모 설비를 보유할 예정이다.
CATL이 압도적인 물량을 앞세워 한국 배터리 기업을 압박하고 있지만 2025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520GWh △SK온 221GWh △삼성SDI 173GWh의 설비를 확보할 예정이어서 한국 배터리 업계 역량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LFP 배터리 기반 ESS 사업에 출사표... CATL의 유일한 대항마로 우뚝
LG에너지솔루션이 신속하게 LFP배터리를 활용한 ES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CATL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종합전시관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업계 최초로 LFP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ESS를 선보였다.
배터리·반도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된 ESS용 배터리는 총 122GWh 규모이며 CATL은 53GWh(43%)를 공급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9GWh(7.3%)를 공급해 3위를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한국기업의 ESS용 배터리 사업이 부진한 것은 ESS용 배터리에 대한 국가 보조금 정책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배터리 3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위주로 생산·판매를 지속해왔다. 삼원계(NCM, NCA) 배터리는 제조가격이 비싼 대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공간제약이 큰 전기차에 탑재할 때 이점이 있다.
반면 ESS는 건축물로 취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간제약이 크지 않다. 이에 따라 ESS 구축에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제조가격이 저렴하며 에너지 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 때문에 ESS 시장에서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 CATL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州) 배터리 공장 건설을 다시 추진하면서 LFP배터리를 활용한 ESS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애리조나에 전기차용 원통형 생산 거점을 추가 확보하고 현지 고객의 대응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LFP 배터리 기반 ESS용 제품도 양산해 북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출 예정”이라며 “LFP 배터리 기술개발은 우선적으로 ESS 제작에 적용한 후 향후 전기차 용으로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LFP 배터리 ES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ESS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유하는 CATL을 따라잡는 초석이 될 것이다.
권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LFP 배터리 ESS 사업은 권 부회장의 경영전략을 그대로 담겼다고도 볼 수 있다.
영업이익률 향상과 LFP ESS 사업을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