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이 재점화한 은행 위기에 비트코인 3만달러 바짝 접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1분기 실적발표후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태가 중소형 은행 유동성 위기를 재점화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자 탈중앙화를 상징하는 비트코인이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2만9700달러를 넘어서며 3만달러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 개장과 함께 급락세로 출발했다.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지면서 주가는 전장 대비 40% 이상 폭락하며 4.76달러까지 밀렸다가 5달러를 겨우 회복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실적발표 직후 연이틀 급락하며 주가가 16달러에서 5달러까지 수직으로 떨어졌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시장기대치에 부합했지만 빠져나간 예금이 1000억달러에 달한 것이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장 마감후 공개한 실적발표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3% 감소한 12억달러,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3% 줄어든 2억6900만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문제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1분기말 예금이 1045억달러로, 전분기 1766억달러에 비해 40% 가량 축소됐다는 것이다. JP모건 등 메이저은행들이 3월 유동성 위기 당시 긴급자금으로 300억달러를 지원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이 은행에서 이탈한 예금은 1000억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대규모 예금이탈 사태가 메이저 은행권으로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적어도 중소형 은행을 둘러싼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연이틀 큰 폭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 위기 당시 은행권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비트코인이 3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는데, 이번 실적발표를 계기로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CNBC는 1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드러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탈 중앙화로 대표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1분기에만 1000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은 3월 은행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봉합에 불과하며, 중소형 은행들이 언제라도 다시 예금인출 사태에 노출되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차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은행 측은 감원과 임직원들의 임금삭감을 통해 비용구조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예금이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만큼, 배드뱅크 신설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이 은행 자산을 인수하며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어떤 경우든 제값을 받기는 어려우며 대폭적인 가격할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권 신뢰도 하락을 원치않는 미국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CNBC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정부가 개입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정부개입설의 진위를 둘러싸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