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4.26 07:21 ㅣ 수정 : 2023.04.26 07:21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올 1분기 깜짝 실적을 거둔 가운데 시장에선 작년 대비 악화된 건전성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경기 둔화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연체율 등이 눈에 띄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차례로 실적 발표를 앞둔 KB·신한·하나금융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아직 절대적 수치가 낮고 충당금 적립으로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은 올 1분기에만 91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89.9% 증가한 규모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우리금융의 호실적을 이끈 건 이자 이익 증가다. 기업대출 중심의 대출 자산 증가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1분기 이자 이익만 2조218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11.6% 늘어난 규모다. 반면 비(非)이자 이익은 같은 기간 13.4% 감소한 3320억원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건 우리금융의 건전성 지표가 꿈틀대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우리은행 연체율은 0.28%로 전년 말(0.22%)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우리카드는 연체율이 같은 기간 1.21%에서 1.35%로 치솟았다.
우리금융의 총 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올 1분기 0.35%로 전년동기(0.31%) 대비 0.04%p 올랐다. 1분기 기준으로 2021년 0.30%에서 2022년 0.31%로 0.01%p만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확대됐다.
오는 27일 실적 발표를 앞둔 KB·신한·하나금융 역시 우리금융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에 힘입어 역대급 순이익을 시현하겠지만, 고금리 역풍으로 인한 건전성 악화를 피해가긴 어려울 거란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의 관계자는 “작년에 금리가 워낙 빨리 오르다보니 생긴 현상으로 보여진다”며 “아직 수치 자체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 관리의 필요성은 있겠지만 건전성이 위협받는 수준까진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잠재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크게 확대할 전망이다. 본격적인 경기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리스크 관리 능력을 확충하라는 금융당국 요구에 따른 것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올 1분기 대손충당금을 2614억원 전입했다. 이는 전년동기(1661억원) 대비 57.4% 늘어난 규모다. 시장에선 KB·신한·하나금융도 충당금을 확대 적립할 것으로 전망한다. 1년 전과 비교해 최대 2배가량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도 충당금 적립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세가 감지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 원금·이자 유예 조치 등에 따른 ‘숨은 부실’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올해 금융지주들은 충당금 확대로 부실에 대비한 방파제를 쌓을 뿐 아니라 ‘돈 잔치’ 논란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실적이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충당금 적립에 따른 배당 축소 우려 등 주가 관리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은행이 맞이하는 환경은 작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순이자마진(NIM) 개선세와 안정적인 건전성 지표 흐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