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정점설’ 솔솔···대출금리 하락세 탄력 붙나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3.30 07:36 ㅣ 수정 : 2023.03.30 07:36

시중은행 혼합 주담대 3%대까지 하락
SVB 파산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부담
금리 정점설로 채권 가격 연일 하락세
“상생금융” 은행들 가계대출 금리 인하
4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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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국내 여·수신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SVB 위기 배경에 ‘고금리’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은행권의 잇따른 상생금융 정책 도입이 맞물리면서 대출금리 하락 효과도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에선 한동안 대출금리가 내려가다가 다음 달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을 기점으로 향방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 29일 취급한 혼합형(고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3.66~5.80%로 집계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연 4%대였던 금리 하단이 연 3%대까지 하락했다.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4%대 초반에서 연 6%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올 초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대까지 치솟은 걸 고려하면 약 3개월 만에 2%포인트(p) 이상 내려간 셈이다. 

 

대출금리 하락은 채권금리 하락에 기인한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별로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하는데, 준거금리에 쓰이는 채권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실제 혼합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은 전일 기준 연 3.9%로, 지난 2일(연 4.5%)와 비교하면 0.6%p 정도 떨어졌다. 기준이 되는 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금리 수치 자체도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채권금리 하락을 미국 기준금리 정점 기대감이 선반영 된 결과로 해석한다. SVB 파산 원인이 고금리에 따른 유가증권 가치 하락인 만큼,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연초 이후 연준의 매파적(긴축 선호) 기조 강화에 두려워했던 시장이기 때문에 긴축의 종료는 더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며 “연내 인하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시장은 이번에도 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산정할 때 쓰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정기예금 금리 하락으로 은행들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든 게 코픽스에 반영됐고, 결과적으로 대출금리도 내려간 셈이다. 

 

은행권에선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당분간 대출금리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가격(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 각 은행들의 선제적 금리 인하 조치도 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은행채 금리 추이를 봤을 때 한동안은 대출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주문으로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는 점도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오는 4월 11일 예정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도 대출금리 향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준금리 정점설에 한국은행도 긴축 부담을 덜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한-미 금리 격차 등에 따른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나오는 주요국의 금리 결정과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자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며 “더 고민해야 할 것은 환율과 금융 안정, 주요국 금리 결정 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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