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 동결 ① 은행권] 상승 동력 잃은 대출금리···수익성도 둔화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3.5% 동결로 ‘쉬어가기’
시장금리 유지되며 대출금리도 더 안 올라
은행권 선제 조치에 하락 전환 전망 우세해
이자 이익 감소에 은행 수익성 둔화 불가피
충당금 적립 확대·사회공헌 요구 등도 변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1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은행권 금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기준금리 인상과 동행해 치솟던 대출금리의 경우 사실상 상승 요인이 사라졌고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로 성장하던 은행 수익성 역시 자연스럽게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 뿐 아니라 불확실한 경기 전망과 금융당국 압박 강화 등도 은행권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 연 3.5%에서 ‘쉬어가기’ 택한 한은···경기 위축 고려한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이로써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도 일단 멈추게 됐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흐름 속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경기 위축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계 이자 부담 증가 및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 부작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 정점론 확산에도 추가 인상 불씨는 남아있다. 여전히 목표 수준(2%)을 상회하는 물가 상승률과 미국과의 기준금리(연 4.50~4.75%) 격차가 변수다. 통상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투자 자본 이동에 따른 외화 유출 우려를 부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개선 기대가 단기적으로 상품 가격의 물가 상승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며 “물가의 둔화세는 지속되지만 상방 요인이 수시로 부각되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기준금리와 동행하던 대출금리···“이제 상승 요인 사라져, 떨어질 것”
장기간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올라탔던 은행권 대출금리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기준’이 되는 금리가 동결된 만큼 은행권 대출금리도 사실상 상승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4%대 중반에서 6%대 중반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연초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8%를 돌파한 걸 고려하면 은행권 대출금리 하락세는 뚜렷하다.
최근 은행권 행보를 봤을 때 대출금리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미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가산금리 인하나 우대금리 확대로 경쟁적인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사실상 모든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준금리가 동결됐고 은행 자체 인하분까지 고려하면 주담대 상·하단이 4%대와 5%대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은행 수익성 정점 찍고 하락 전망···충당금·사회공헌 등도 변수
대출금리가 과거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면 은행권 수익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당장 은행권 호실적을 견인하던 이자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둔화도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인 예대금리차(예대마진) 축소에 따라 NIM 상승세가 꺾이면서 전체적인 수익성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를 NIM 정점으로 전망한다”며 “시장금리 하락 속도가 상승 시 대비 느릴 것으로 보여 NIM 하락은 시장금리 하락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압박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충당금은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것이지만, 회계상 비용으로 잡혀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이른바 ‘이자 장사’로 실적을 키운 은행권에 사회공헌 요구가 빗발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또 금융당국은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 손질에 나설 예정이라 은행권 영업 환경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자 이익이 줄어들 수 있지만 대출 자산이 충분하고 비(非)이자 이익도 살아나면 큰 폭의 실적 감소세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업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유연한 금융시장 대응 전략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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