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최창식 DB하이텍 대표, 실적 호조에도 웃지 못하는 속사정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11.29 07:00 ㅣ 수정 : 2022.11.29 07:00

DB하이텍, 전력반도체와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 힘입어 3분기 호실적
주력인 파운드리 부문, 4분기 실적 호조 기대하기 힘들어
4분기 실적 둔화에 이어 내년에도 실적 감소세 예상 돼
고성장 분야 전략제품 개발을 통한 신규 성장동력 확보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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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최창식 대표이사 부회장과 반도체 부천 공장 전경 [사진=DB하이텍 / 뉴스투데이 김영주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창식(68·사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끄는 시스템 반도체 기업 DB하이텍이 최근 반도체 업계 불황 속에서도 휘파람을 불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 수요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3분기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메모리 분야에 비해 그나마 성장세를 보이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최근 하향 국면에 접어들어 DB하이텍이 올해 4분기까지 실적 호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DB하이텍의 3분기 수주 잔액은 2분기에 비해 줄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3분기 실적 호조에 기뻐하기보다는 고성장 분야 전략제품을 통한 신규 성장동력 확보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DB하이텍 영업이익률,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높지만...

 

DB하이텍의 올해 3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매출은 4474억원, 영업이익 220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85% 각각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의 올해 누적 매출은 1조2781억원, 영업이익 6151억원이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2021년 1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영업이익률만 보면 DB하이텍(49%)은 삼성전자(22.2%), SK하이닉스(15%)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DB하이텍이 주력하고 있는 전력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침체 영향과 비교적 거리가 먼 자동차, 산업, 의료 등 고부가가치 분야 비중을 키운 점이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데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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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DB하이텍 사업보고서 / 그래픽=김영주

 

■ DB하이텍 3분기 수주 잔량, 2분기에 비해 감소세로 돌아서

 

문제는 향후 실적이다.

 

DB하이텍의 올해 3분기 수주 잔량은 12만6446장으로 2분기(14만6968장)에 비해 약 14% 감소했다. 수주 잔량은 반도체 칩 위탁 생산 주문을 받았지만 납품하지 못한 반도체의 양을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수주 잔량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수요가 줄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미 파운드리 성장 정체가 감지됐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 2년여간 100%대를 유지해온 8인치(200㎜) 웨이퍼 팹 가동률이 올해 하반기에 들어 90~95%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12인치(300㎜) 웨이퍼 파운드리 팹 가동률도 올해 하반기 95%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전 세계 파운드리 가동률이 올해 2분기부터 분기별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가트너는 전 세계 파운드리 평균 가동률이 3분기 99.2%에서 4분기 86%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치를 내놨다.

 

실제 파운드리 최강자인 대만 TSMC 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대만 현지 언론은 TSMC 주문량이 지난 9월 말부터 감소세에 진입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4분기 실적 둔화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실적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IT(정보기술)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업황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결과적으로 3분기를 정점으로 실적이 당분간 하향세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승우 연구원은 이어 “DB하이텍 4분기 실적은 매출 4381억원, 영업이익 1936억원으로 소폭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 실적은 매출 1조4300억원, 영업이익 5419억원으로 각각 17%, 3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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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직원들이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 차세대 고전압 전력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

 

DB하이텍 역시 파운드리 시장에 드리우는 먹구름을 인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질 방침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자·IT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업계도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향후 고부가치 제품을 늘리고 전기자동차·5G·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고성장 분야 전략제품 개발에 기술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DB하이텍은 최근 차세대 고전압 전력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은 최근 3세대 제품 양산 물량을 늘리고 차세대 고내전압(슈퍼정션) 금속산화막반도체전계효과트랜지스터(MOSFET・모스펫)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DB하이텍은 이미 500V·600V·650V·700V·800V 등 다양한 종류의 전압 2세대 슈퍼정션 모스펫을 중국, 대만, 일본 등 세계적인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2세대 대비 저항값(Rsp)을 50~60% 낮춰 성능을 개선하고 칩 크기를 줄인 3세대 슈퍼정션 모스펫 공정을 통해 기존 가전 및 정보기술(IT) 기기 등에서 자동차, 산업 분야로 사업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GaN(질화갈륨), SiC(실리콘카바이드) 등과 같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솔루션을 갖춰 전기차 등 신규 고성장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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