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7.07 05:00 ㅣ 수정 : 2022.07.07 11:31
'반도체 시장 블루오션' SiC전력반도체에 SK·LX· DB그룹 계열사 뛰어들어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전세계 시장의 절반이상 거머줘 SiC전력반도체, 10분의 1 두께로 Si 반도체 성능 발휘 섭씨 수백도 고온에서도 작동해 에너지 효율 높아 SK실트론CSS, 전력반도체와 신소재 웨이퍼 시장 공략 본격화 LX세미콘, LG이노텍 SiC전력반도체 사업부문 인수...종합 반도체 기업 노려 DB하이텍, SiC 모스펫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자동차용 부품 생산 정부, 2025년까지 차세대 전력반도체 경쟁력 확보 지원 밝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오는 2030년 30%, 2040년 54%로 늘어나 결국 내연기관차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오는 2050년까지 국내 자동차를 100%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전기차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게 분명하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SiC가 반도체 시장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SK와 LX세미콘에 이어 DB하이텍까지 뛰어들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SiC 전력반도체, 특히 차량용 SiC 시장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를 뛰어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 전기차 시장 확대로 ‘SiC 전력반도체’ 급부상
일반적으로 반도체라고 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떠올린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비중은 약 30% 정도이며 나머지 70%는 비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한다. 메모리 반도체 성장이 가파르긴 하지만 여전히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크다는 얘기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큰 비중 만큼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력반도체다.
전력반도체는 사람 신체에 비유한다면 근육과 같은 기능을 한다. 전기를 변환하는 부분에서 전압, 전류, 주파수, 직류(DC)/교류(AC) 등 전기 형태를 변환하는 스위치로 전기차, 전자기기 등 전력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전기차 배터리다. 직류 전기를 교류 전기로 바꿔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 핵심부품이 바로 전력반도체다.
기존에는 전력반도체에 주로 실리콘(Silicon, Si) 웨이퍼가 기초소재로 활용됐지만 최근 실리콘카바이드(Silicon carbide, SiC) 기반 전력반도체가 떠오르는 추세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는 10분의 1 두께만으로도 Si 반도체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섭씨 수백도 고온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전력 소모도 작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만일 SiC 전력반도체로 전기차 인버터를 생산하면 지금까지의 Si 전력반도체 인버터를 사용했을 때보다 에너지 효율이 최대 10% 향상되고 인버터 부피와 무게도 축소할 수 있다. 또한 무거운 냉각장치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을 이중으로 높일 수 있다.
김상철 KERI HVDC연구본부 전력반도체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차세대 수송수단인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의 전력변환을 위한 고효율 인버터 기술 필요성과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Si 전력반도체 소자가 인버터시스템 핵심 전력변환 부품이지만 실리콘 소자로 구성된 전원장치로 고속화·경량화와 고효율화·고출력화를 달성하는 것은 점차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SiC 전력반도체 소자는 재료 고유의 물질적 특성이 매우 우수해 고출력·고효율 전력변환소자 분야에서 기존
다른 반도체 소자에 비해 장점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 SK·LX·DB하이텍 SiC 전력반도체 시장 놓고 혈투 벌여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서 SiC 전력반도체는 반도체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먼트(Yole Development)는 SiC 전력반도체 시장이 오는 2026년 49억달러(약 6조1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폭증해 시장 전망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현재 SiC 전력반도체는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차량용 SiC 시장의 50%를 점유할 만큼 독보적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SiC 전력반도체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SK그룹의 반도체 소재 계열사 SK실트론은 2020년 미국 듀폰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고 미국 자회사 'SK실트론 CSS'를 설립했다.
SK실트론에 따르면 Si 웨이퍼는 전 세계적으로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많지 않아 국내에서 SK실트론이 유일하다. 약 40년 동안 Si 웨이퍼를 주력으로 생산해 온 SK실트론은 CSS와의 시너지를 통해 전력반도체와 신소재 웨이퍼 시장을 선점할 방침이다.
또 올해 4월에는 SK㈜가 국내 유일 SiC 전력반도체 설계·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의 경영권 인수와 유상 증자에 총 1200억원(지분 95.8%)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SK㈜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1월 이미 268억원을 투자해 예스파워테크닉스 지분 33.6%(2대 주주)를 확보해 제품 개발, 공정 업그레이드, 고객 확보 등 SiC 전력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 해온 바 있다.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이자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LX세미콘은 지난해 LG이노텍의 SiC 전력반도체 소자 설비와 특허 등 유무형 자산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는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신규 SiC 연구개발(R&D) 설비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iC 전력반도체 시장 진입으로 LX세미콘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DB하이텍은 8인치 웨이퍼를 이용한 SiC 모스펫(스위칭 및 전자 장치의 전자 신호 증폭에 사용되는 반도체 장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국내 최초로 도전한다.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이 충북 음성의 8인치 반도체 팹(공장)에 모스펫 생산라인을 만들어 향후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용 1200볼트(V) SiC 모스펫을 공급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8인치 모스펫 위탁 생산이 DB하이텍에게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전력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며 “초격차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신규 공정과 제품에 대한 선진기술을 확보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서도 차세대 전력반도체 본격 육성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모습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세계적인 수준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상용화 제품 5개 이상 개발, 6∼8인치 기반 인프라 구축에 본격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SiC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