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PF 부실 우려…연착륙 대책 절실
[뉴스투데이=김종효 기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업계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특히 많은 공사현장이 자금 문제로 사업이 중단 혹은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건설업체 1만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0곳 업체의 233곳 건설현장 중 31곳(13.3%)은 사업이 중단됐거나 지연 상태로 확인됐다. 아예 사업이 멈춘 곳은 9곳, 계획된 일정보다 사업이 늦어진 현장은 22곳이다.
공사가 중단 또는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PF 문제였다. 공사 중단 혹은 지연 이유에 대해 업체들은 복수응답으로 △PF 미실행(66.7%) △공사비 인상 거부(60.0%) 등 자금적인 문제를 꼽았다. 또 해당 현장이 짧은 시간 내에 정상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이번 설문에 응한 업체들이 수주받은 공사금액은 8조4934억원이었으나, 공사가 이미 진행됐음에도 아직 받지 못한 공사대금은 8007억원이었다. 약 9.4%에 달한다.
이처럼 최근 부동산PF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건설업계 시름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PF는 부동산개발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PF방식으로 조달하는 기법을 말한다. 국내 부동산PF는 브릿지론-본PF(개발 진행때 공사비와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식)-집단대출이라는 단계적 대출 및 상환 구조와, 시공사의 신용보강이 담보가 되는 담보대출적 성격이 주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우호적인 부동산경기 흐름 속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PF 사업들이 추진되면서 부동산PF시장 내 금융사들의 참여 방식이 다양해지고, PF공급 규모 역시 크게 늘어났다. 유동화증권 등을 통한 자본시장과의 연계성도 매우 커져 있는 상태다.
때문에 부동산PF 사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하자, 이미 경색국면에 놓여있던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PF 사업의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징후가 본격적으로 포착되기 시작한 것이다.
건설업계에서 부동산PF 부실화에 따른 문제가 커지자, 시장충격 완화를 위해 정부는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미 자본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있던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가 벌어져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문제가 크게 악화되자, 정부는 지난 달과 이달초에 각각 50조원과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금융시장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위기대응 측면에서 다소 한계점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의 조치는 높은 신용등급의 대기업 회사채나 금융채에 대한 지원 중심이기 때문에, 부동산PF 사업과 관련해서는 일부 대형 우량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유동성 공급장치로서 한계가 있고, 특히 본PF의 부실가능성에 대한 대응조치로서는 불충분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현 위기상황의 발생원인이 복합적임을 고려해, 다각적 측면에서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현 위기의 이면에는 과도한 부동산 규제, 예측하지 못한 금리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 부동산PF 구조적 문제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PF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촉발돼 거시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속한 대응책의 마련·실행이 요구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크게 △과도한 부동산 규제의 과감한 완화 △본 PF부실에 대한 사전억제책 보강과 시공사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장치 마련 △부실사업장을 조기 정리할 수 있는 공적 채무조정 프로그램 가동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정책과 연계한 PF사업의 공급물량 흡수 등이다.
먼저 지난 5년간 누적된 각종 부동산거래 및 보유에 관한 규제들을 신속하게 완화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PF 사업들의 정상적 추진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일 높다.
또 본PF 단계에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는 사업장과 PF에 신용보강을 제공한 시공사들에 대한 유동성 공급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정주 연구원은 "부실채권과 미분양물량의 누적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주택공급정책과 연계해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시장에의 영향을 완화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