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인뱅) 3사가 올해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목표치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목표 미달에 따른 금융당국의 엄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인뱅들이 출범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 대출을 늘려가고 있는 건 고무적이지만, 일각에선 리스크 우려도 제기된다. 금리 상승기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될 경우 자칫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케이뱅크 24%, 카카오뱅크 22.2%, 토스뱅크 36.2%로 각각 집계됐다.
인뱅 3사는 올 12월 말까지 도달할 중저신용 비중 목표치를 이미 제시한 상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 25%, 토스뱅크가 42%를 중저신용 대출로 채우겠다고 했다.
아직 9월 말 중저신용 비중은 공시되지 않았다. 각사를 통해 확인 결과 토스뱅크는 현재 약 39%를 기록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내부 방침상 공시 전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작년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는 중저신용 대출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인뱅들이 ‘중저신용 대출 확대’라는 출범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중심의 여신 사업을 전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올해 들어 인뱅들이 중저신용 대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금융당국 압박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 연말 목표치는 작년 대비 대폭 상향 조정됐다. 작년 목표치 미달에 따른 책임과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올 6월 말 인뱅들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 수치가 12월 말 목표치에 근접한 만큼 조기 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인뱅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에 제출한 수치가 있으니 올해는 꼭 달성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건전성 관리다. 공격적인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잠재 부실 증가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온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약한 중저신용자 비중이 늘수록 우려도 커진다.
최근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중저신용 대출 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부실 우려가 확대될수록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이는 건전성은 물론 수익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창 성장하는 인뱅에게는 치명적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 2분기 충당금 잔액은 1975억원으로 전년동기(995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케이뱅크도 충당금 적립 영향으로 2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감소했다.
앞으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인뱅들의 주력인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여신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신을 늘리지 못하는 것 역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준다.
인뱅들은 우선 ‘건전한 중저신용 차주’ 발굴에 집중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종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로 중저신용 차주의 상환 능력을 면밀히 평가해 대출에 나서겠단 구상이다.
인뱅 업계 한 관계자는 “차주의 소비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이자나 원금 상환이 가능한 수준인지 검토하고 대출을 승인하고 있다”며 “CSS를 계속 고도화하면 건전한 중저신용 차주 발굴과 여신 확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에 기울어진 여신 포트폴리오를 주담대 등으로 다각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최근 인뱅들은 주담대 상품의 한도는 늘리고, 금리는 내리는 등 경쟁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