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공시 초읽기···‘중저신용 대출’ 늘리는 인뱅들은 난감
尹 공약 예대금리차 공시 하반기 시작
은행연합회서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듯
중저신용 대출 취급하는 인뱅들은 불리
대출금리 높아 예대마진 벌어질 가능성
“부정적 이미지 우려..섬세한 방안 필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뱅들은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중금리)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탓에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져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과 전국은행연합회, 금융위원회 등은 오는 4분기(10~12월) 중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을 목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로, 통상 ‘예대마진’으로도 불린다. 이 수치가 벌어지면 그만큼 은행들에 돈 벌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예·적금 등으로 내주는 이자보다 대출로 걷어들이는 이자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세로 은행들의 ‘이자 폭리’ 논란이 불거지자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은행권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금융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은행권 금리 경쟁 촉진 등이 목적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내 소비자포털에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예상 신규 대출금리를 직접 볼 수 있게 하고, 여기에 예금 등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도 공개하는 방식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취지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인뱅 업계는 난감해하는 기색이다. 시중은행보다 경쟁력 있는 수신금리를 제공하고 있어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 대출을 취급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예대금리차가 벌어진다는 우려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별로 매기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 산정한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저신용 대출은 가산금리가 높게 붙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인뱅들은 대출금리 ‘평균’ 산정에서도 불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4월 취급분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대지만, 카카오뱅크는 8.30%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고신용 대출을 중단하고 중저신용 대출만 취급한 탓에 평균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올해 인뱅들은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 대출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 대상 대출 비중 목표치로 25%를 설정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42%를 제시했다. 신규 대출 10건 중 4건을 중저신용자에 내주겠다는 얘기다.
인뱅 업계에선 중저신용 대출 확대 속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될 경우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심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면적 수치만 봤을 때 인뱅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인뱅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데 이견은 없지만, 이 제도로 인뱅들이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오해를 부르면 안 된다”며 “예대금리차 비교시 은행 특성이나 참고사항 등 보다 섬세한 공시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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