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예대마진 공개하라”···정치권 또 은행 때리기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1.24 08:24 ㅣ 수정 : 2022.01.2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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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을 위한 신용평가 기준과 예대마진(예금-대출금리 차)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은행의 이자 폭리 논란에 이어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가 맞물리면서 ‘은행 때리기’가 재현된 것이다. 

 

정치권은 모두 금융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내세우지만 은행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나서 은행의 내부 정보를 공개하라고 하는 데 대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 은행 영업 정보 공개하라는 정치권···법안까지 발의하며 압박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이 대출 한도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용평가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금융 소비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 ‘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18일 대표 발의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에 신용도별로 정해지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결정된다. 

 

보통 은행은 가산금리를 정하기 위해 신용평가사가 산정한 신용점수를 참고하지만, 각 은행이 가지고 있는 내부 모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은행이 들이대는 잣대에 따라 대출금리가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평가 항목과 근거, 결과 등 은행의 내부 기준 공개로 깜깜이 평가를 막자는 게 이 법안의 핵심이다. 일방적 통보만 받고 구체적 이유에 대해선 듣지 못하는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 공공성·신뢰성 제고에 나서겠단 설명이다.

 

송 의원은 “신용평가사에서 높은 신용점수를 받은 사람이 은행 대출 땐 현저히 낮은 평가를 받고,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제기된 은행의 이자 폭리 논란을 의식한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지만, 예금금리는 찔끔 오는 데 그치는 상황을 조준한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가계대출 금리가 은행 조달금리보다 과도하게 높진 않은지, 예·대금리 산정 체계를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을 주기적으로 공시하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 은행권 “영입 비밀” 난색...전문가 “자유시장 경쟁, 은행에 맡겨야”

 

이처럼 정치권에선 금융 소비자 보호 명목으로 신용평가 기준, 예대마진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은행은 난감한 기색이다. 

 

은행은 대선과 국정감사 등 각종 정치 이벤트 시즌마다 타깃에 오른다. 산업 특성상 가계의 경제 활동과 직결돼 있고,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금융 소비자 보호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치권의 요구가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작정 은행의 정보 창구를 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신용평가 기준 공개에 대해서는 적절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선 사실상 ‘영업 비밀’을 내놓으란 얘기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준 공개에 따른 효과가 오롯이 금융 소비자에 돌아갈지도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은 지금도 확인하려면 할 수 있지만, 신용평가 모델의 경우 은행 각자의 실력이고 노하우”라며 “자체적으로 오랜 기간 모형을 구축해 놓은 걸 공개하라는 건 영업 비밀을 알려주라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건 자칫 은행들이 베일 속에 마음대로 신용평가를 내리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금융 소비자 보호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운영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무리한 개입이 은행 영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이슈에 기반해 체계 자체를 바꿔버리는 건 큰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너무 높게 받아 이를 낮추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은행의 이익은 당연히 가산금리에서 나오는 건데, (정치권이 나서) 그거를 들여다 보겠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유시장 경쟁 체재 내에서는 은행의 자율경영에 맡겨야 한다”며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 없이 마음대로 마음대로 조절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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