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분을 예·적금 금리에 발 빠르게 반영하면서 상품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상 공세에 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시중은행의 평균 금리가 높아지면서 인뱅들이 내세웠던 ‘금리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인상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먼저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7개 예금과 15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p) 올려 반영한다.
대표적으로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과 ‘주거래 하나 월복리 적금’은 1년 만기 기준 금리가 최고 연 2.95%에서 연 3.20%로 오른다. 3년 만기로 잡으면 최고 금리는 연 3.45%가 적용된다.
또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369 정기예금’ 1년제의 경우 기본금리가 0.25%p 인상돼 연 최고 2.05%를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22개 예금과 16개 적금 금리를 최대 0.4%p 인상한다.
비대면 전용 상품인 ‘우리 첫거래우대 예금’은 최고 연 2.8%에서 연 3.1%로 인상된다. ‘WON 적금’은 최고 연 2.80%에서 연 3.00%로, ‘우리 으쓱(ESG) 적금’은 최고 연 2.65%에서 연 2.90%로 각각 오른다.
NH농협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p 올리기로 했다. 다만 아직 상품별 인상폭은 결정되지 않았다.
하나·우리·농협은행과 5대 시중은행에 포함되는 KB국민·신한은행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예·적금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이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뱅 업계의 수신금리 인상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인뱅들 역시 수신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일단 인뱅들의 금리 경쟁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 속 시중은행들이 ‘쥐꼬리’ 이자를 준 것과 달리, 인뱅들은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의 추격으로 금리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1년 만기 예금 기준 케이뱅크(코드K 정기예금)와 카카오뱅크(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의 금리는 각각 연 2.40%, 연 2.25%다. 현재 1년 만기 기준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우대금리 미반영)는 연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큰 차이가 없다.
시중은행 수신금리 인상에 따라 자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가속화도 인뱅에겐 부담이다. 시중은행보다 수신고 증가세가 둔화된다는 건 그만큼 고객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수신(예·적금) 잔액은 44조6894억원으로 전월(44조5814억원) 대비 108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예·적금 잔액은 1조9591억원 증가했다.
인뱅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을 수신금리에 반영할지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면서도 “고객들에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기 위한 방향으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