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4.14 07:24 ㅣ 수정 : 2022.04.14 07:24
저축은행·인뱅 필두로 중저신용 대출 시장 확대 CSS 고도화 통한 숨은 고객 찾기 움직임 감지 CSS 효과 가시화···데이터·인재 확보가 경쟁력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중저신용(중금리) 대출 시장이 몸집을 키우면서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업계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신용점수에 기반한 일률적 대출 심사보다는 보다 세밀한 상화 능력 검증으로 대출 기회 확대를 제공하겠단 의도다.
특히 여신 확대는 은행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CSS 고도화를 통한 성장성 제고 목적도 함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CSS에 반영할 데이터 및 개발 인재 확보 등이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과 인뱅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대출 잔액은 각각 102조원, 36조원 규모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으며 인뱅 역시 1년 만에 2조원 이상 늘어났다.
저축은행과 인뱅의 여신 성장세는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기인한다. 저축은행의 경우 정부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를 누렸고, 인뱅 역시 금융당국 주문에 따라 중저신용 대출 늘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은 신용도 하위 50% 이하 차주를 지칭한다. 신용평가(CB)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850점 이하가 해당하며 신용등급으로는 4등급 이하다. 저축은행 차주 중 중저신용 비중은 절반 이상으로 추산된다.
중저신용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절차가 까다롭고 금리도 높게 산정된다.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상환 능력 평가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도 높게 책정돼 대출금리 자체가 뛸 수밖에 없다.
중저신용 대출을 주로 영위하는 저축은행과 인뱅의 가장 큰 과제는 차주 선별 능력 확보다. 대출 수요자 중 건전한 차주를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여신 확대·부실 방지 유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목하는 건 CSS 고도화다. 단순히 신용점수로 나열한 뒤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차주의 다양한 데이터 분석으로 상환 능력을 측정한다는 설명이다. 일명 ‘씬파일러(금융 이력이나 신용이 부족한 사람)’로 불리는 숨은 고객을 찾는 것이다.
CSS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신용점수를 평가해 금리와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예로 대출 승인 거절이었던 신용점수 600점대 차주도 CSS 평가 결과에만 부합한다면 한도가 나올 수도 있다.
인뱅 업계 관계자는 “CSS 고도화는 더 많은 고객에게 대출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라며 “대출 문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CSS 평가 결과 상환 능력만 검증된다면 경쟁력 있는 금리로 대출을 승인해 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 화두로 디지털 전환(DT)이 떠오르면서 CSS 고도화 방식도 다변화하는 추세다. 고객 금융 거래 데이터 분석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JT저축은행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CSS를 개인 신용대출 상품 심사에 도입했다. 대량의 정보를 기계 학습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보다 세밀한 심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그간 수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펼친 여·수신 활동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로 CSS 설계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며 “CSS가 경쟁력인 만큼 완성의 개념 보다는 계속 고도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뱅 업계는 데이터 경쟁력에서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뱅크(카카오)와 토스뱅크(토스) 등은 모회사에서 축적한 비(非)금융 데이터까지 CSS에 반영하고 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택시 이용 내역을 카카오뱅크 CSS 고도화 작업에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뱅 CSS가 자리를 잡아 가면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케이뱅크는 맞춤형 CSS를 도입한 뒤 기존 모형 대비 중저신용 고객군 대출 승인율이 18.3% 상승했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중저신용 대출은 625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6배 늘었다.
CSS 고도화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IT 인재 확보도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확보·결합하는 걸 넘어 수많은 변수까지 프로그램에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CSS는 은행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연구·기술·통계 등에 대한 종합적 지식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CSS 고도화는 정보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연체 등에 대한 가설도 설정해 분석하고, 신용 리스크 모델을 결과물에 적용하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며 “발굴한 항목을 통해 실제 신용도랑 어떤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도 진행돼야 때문에 개발 인력도 많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