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 올해 목표치가 대폭 상향됐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뱅 3사의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상향 조정됐다. 중저신용자는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820점 이하 차주다.
먼저 케이뱅크의 올해 목표치는 25%로 전년(21.5%) 대비 3.5%포인트(p) 상승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해 20.8%에서 올해 25%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토스뱅크는 올해 목표치를 42%로 세웠는데 지난해(34.9%) 대비 7.2%p나 올려잡은 규모다. 올해 취급할 대출 중 4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 공급하겠단 얘기다.
문제는 지난해 인뱅 3사 모두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13.7%와 13.4%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신용대출을 중단한 토스뱅크의 경우 정확한 수치를 알 순 없지만 연말 기준 25%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인뱅의 지난해 4분기까지 집계는 이달 말께 나올 예정인데 3사 모두 목표치에는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목표 달성에 실패한 상황에 올해 목표치는 되레 올라간 셈이다.
앞서 인뱅은 인가를 받을 땐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내세웠다가 출범 이후 여느 시중은행처럼 고신용자 대출 중심의 영업을 펼쳐오다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인뱅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확대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계획은 인뱅들이 인가 과정에서 제출한 사업 계획을 토대로 해서 자발적으로 마련이 된 것”이라며 “인뱅들의 설립 취지, 사업 계획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장려에 목표치 달성을 이뤄내야 하는 인뱅은 연초부터 중저신용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일례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시작한 고신용자 대출 중단을 올해도 이어가며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과제를 떠안은 인뱅은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도 ‘건전한 차주’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초기 단계인 인뱅 업계 특성상 성장성과 건전성을 모두 확보해야 지속가능한 환경이 조성돼기 때문이다.
인뱅 업계 말을 종합하면 현재 가장 주목하는 건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다. KCB나 나이스(NICE) 등 양대 신용평가사 점수에 의존하기 보단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대출 심사에 활용하겠단 설명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카카오택시 내역 등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CSS에 결합했다. 차주의 다양한 소비 패턴을 고려해 상환 능력을 보겠단 것이다. 토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CSS 고도화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인뱅 업계 한 관계자는 “CSS 고도화를 통해 중저신용자 분에 대한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은행의 수익성도 안정적으로 가져가도록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인뱅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이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해서는 총량 규제에 포함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주요 시중은행도 참전을 예고했다. 여신 확대 제한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을 돌파구로 삼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둘러싼 인뱅 3사 간 직접 경쟁에 더해 주요 시중은행까지 가세할 경우 올해 목표치 미달은 물론 성장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CSS 고도화와 금리·한도 등 대출 경쟁력을 갖춘 은행이 중저신용 대출 시장에서 앞서나갈 것으로 보인다.
인뱅 업계 다른 관계자는 “CSS 적용으로 신용점수 기준 대출을 받기 어려운 분들도 범위를 넓혀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중저신용 대출 비중의 경우 작년 12월 데이터가 정리돼야 하겠지만,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금리와 대출 한도를 제공할 수 있어야 계속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