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1.26 09:59 ㅣ 수정 : 2022.01.26 09:59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소매금융 부문 철수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기존 차주 대환(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어느 은행으로 향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대환에 대해서는 올해 총량규제 미포함 방침을 밝힌 만큼 이를 흡수할 은행은 고객 확보와 이자 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은행은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여신 규모가 작은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몸집 불리기’를 위해 뛰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에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 방안 등이 담긴 ‘소매금융 폐지 관련 이용자 보호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0월 국내 소매금융 부문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예금·대출, 신용카드 등의 영업을 줄여나가고 기업금융 부문만 영위한다는 것이다.
계획안을 보면 한국씨티은행 차주는 원할 경우 대출 만기를 오는 2026년 말까지 연장할 수 있다. 2027년부터는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되 기간을 최대 7년까지 부여한다. 방식은 원리금분할상환이나 원금균등분할상환 중 선택할 수 있다.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게 아닌 만큼 기존 한국씨티은행 차주들의 큰 이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대 만기가 2027년으로 제한돼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타행 대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관심은 대환이 본격화할 경우 어느 은행이 이 수요를 가져가는 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씨티은행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약 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은 대출금 증액이 없는 조건에서 한국씨티은행 대환을 총량규제 범위에 넣지 않기로 했다. 다른 은행이 기존 한국씨티은행 차주에 대출을 내주더라도 증가분에 포함시키지 않겠단 얘기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신용대출 연소득 미만 규제도 예외 적용한다.
은행권에선 충분히 관심 가질 조건이다. 올해 총량규제가 지난해(6%)보다 강화된 4~5%대로 잡힌 탓에 은행들은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수 없다. 7월부터는 DSR이 3단계로 조여진다. 각종 규제로 은행의 여신 부문 성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9조원에 달하는 한국씨티은행 대출 자산을 흡수하는 은행은 총량규제 사정권에 들지 않으면서 고객 확보에 이자 수익 증대까지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한국씨티은행 차주들이 어떤 조건으로, 얼만큼 대출을 받았는지 알지 못해 판단하긴 힘들다”면서도 “금리 수준이 조건에 부합하고 총량규제까지 피한다면 은행들이 관심을 가질만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여신 규모가 작은 인뱅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兆) 단위 대환이 이뤄질 경우 단숨에 몸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 차주를 확보하는 건 사업 확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실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에 따르면 토스뱅크가 한국씨티은행 대환 제휴 후보에 거론되고 있다. 이는 토스뱅크가 지난해 10월 한도 소진으로 대출을 중단했다가 이달 1일 재개한 만큼 공격적인 여신 확대를 꾀할 것이란 분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뱅 업계는 한국씨티은행 대환 제휴와 관련 별도로 진행 중인 건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한국씨티은행 대환 수요를 가져오기 위해선 기존 차주 금리에 대한 적합한 조건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환을 유도해놓고 시간이 지나 대출금리를 올리면 소비자 보호 외면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또 건전성 관리를 통한 안정적 대출 공급이 가능할지에 대한 계산도 필요하다.
인뱅 업계 한 관계자는 “대출 받으신 분들은 은행 바뀌는 것도 불안할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기준 조건이나 금리를 유지할 수 있냐가 될 것”이라며 “차주들이 받은 건 한국씨티은행의 보증부 대출인데 (타행이) 모든 걸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 차주의 신용도나 연체율이 타행 기준에 적합한지도 고려해야 될 부분이다. 섣불리 대출을 내줬다가 자칫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연체율은 1.03%에 달한다.
이 관계자는 “각 은행 내부 신용 리스크 모델링에 일치하고, 대출 자산을 옮겼을 때나 금리가 인상됐을 때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이 잘 돼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