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인뱅 설립 원한다…디지털 사업 평준화, 중금리 대출 안해 ‘무용론’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 전문 은행(인뱅) 설립 주장에 대한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업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채널 가속화로 시중은행들과 인뱅의 사업 영역이 겹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사가 별도의 사업체를 설립한다는 게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도 금융지주사가 인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여신 사업의 초점을 중금리 대출로 맞춰야 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인뱅 설립 사업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전통은행과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각 금융 지주사에 인뱅을 설립을 허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지주사들이 핀테크 금융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로 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토로 하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은행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에서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빅테크사와 금융지주사의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신속한 온라인 소매 금융 활성화를 위해 전통은행의 인뱅 사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5월에 인뱅 사업 허가를 요청하는 금융지주사 회장단들의 의견서를 모아서 제출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들이 인뱅 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허인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인뱅이라는 게 복수의 계좌를 비대면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새로운 사업체를 만들어 달라고 허가를 요구한다는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2금융권과 차별화된 사업을 진행하려고 허가를 요구하는 것 같은데 지금 사업을 하고 있는 인뱅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빼고 특별히 뭐가 다른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인뱅 업계에서는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채널 활성화가 이루어지다보니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줄어 들자 지점을 폐쇄하는 등의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사업 변화를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인뱅 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시중은행이 점포들의 폐쇄로 생기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인뱅 사업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도 인뱅 설립에 대한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A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우리는 시중은행도 있고 저축은행도 있기 때문에 중간 역할을 담당하는 은행이 필요하다”며 “인뱅이 설립되면 MZ세대를 위주로 별도의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지주사 입장에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B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인뱅이 하는 업무는 전통은행이 하는 사업 일부에 불과하며 기능이 다른 것은 없다”며 “규제와 제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부담인데 금융당국이 인뱅 설립을 허락해주면 마다할 이유까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뱅을 설립하기 위해선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빅테크사들에게 인뱅 설립을 허가한 것도 고금리와 저금리로 나뉜 현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인뱅들이 중금리 사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고신용자 위주의 저금리 대출로 사업을 전환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금융지주사들이 인뱅 사업을 하면서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냐는 점이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인뱅들이 중금리는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에 안하는 것”이라면서 “빅테크사들이 중금리가 큰 장점을 갖고 있는 게 아니지만 인뱅은 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배진교(정의당·정무위원회)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못하겠다고 해서 규제를 완화하면서 빅테크사에게 인뱅을 허가해 준 것”이라면서 “시중은행이 중금리 대출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면서 사업 허가를 해달라는 것은 모든 은행이 인뱅화 되는 것이며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금융사들이 중금리 대출을 하지 않았던 것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채권 회수가 안될 경우 재정건전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A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초창기 인뱅들도 중금리 대출하다고 했다가 결국 실현하지 못한 것은 은행 업력이 짧기 때문”이라면서 “금융지주사도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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