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인뱅 중금리 20% 올려라…“사업 인가시 명확한 가이드 줬어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금융당국의 인터넷 전문 은행(이하 인뱅)을 통한 중금리 대출 확산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총량 규제로 돈을 빌리지 못한 차주들이 인뱅으로 몰리면서 이 같은 지적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가운데 인뱅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금리 대출 목표치마저 채우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금리 대출의 경우 시중은행에서도 취급하기 어려운 상품인데 사업 성공도 점칠 수 없는 인뱅에 맡긴 것 자체가 금융당국의 잘못된 판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해 연말까지 금융당국이 요구한 중금리 대출 목표치인 2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중금리 대출 비중을 높인 것은 그동안 인뱅이 채권 회수 어려움을 이유로 고신용자 및 주택담보 대출에 취급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이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인뱅 사업 인가를 내준 것에 반하는 사업 형태라 관련 업계 내부에서는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금융당국이 인뱅 사업 초기부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인뱅 사업 인가 시부터 중금리와 고신용자, 주택담보 대출의 비율을 정해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인뱅 사업자들이 제도의 불확실성을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출 상품 취급에 집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뱅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차주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금리 대출 비중을 맞췄다가는 채무 불이행 때문에 자칫 재정 건전성에 무리가 올 것을 우려해서다.
인뱅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재정이 탄탄한 시중은행도 채권 회수가 확실한 상품만 취급하며 중금리 대출을 원하는 차주들을 국가 기금 대출로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인뱅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은 빠른 성과만 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2금융권이 신용도가 낮은 차주들에게 고금리로 대출을 빌려주는 것도 채무 불이행 발생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허인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 한다고 해도 고신용자 대출과 달리 위험성이 크고 많은 대손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금리 대출이 국내 금융권 내에 소화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에 드라이브를 걸어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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