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설립 마음 급한 시중은행, 정부는 정책 효과 고려 신중 모드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경쟁도 평가’가 애초 8~9월에서 오는 12월로 연기하면서 인터넷 전문 은행(이하 인뱅) 설립을 준비하는 시중은행들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7월 당시 금융위원장이던 은성수 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빅테크 업계와 시중은행의 역차별’을 호소하며 인뱅 설립 허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4월 시중은행들의 인뱅 설립 계획을 은행연합회가 취합해 금융위에 전달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금융위도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통해 시중은행의 인뱅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업 경쟁도 평가가 오는 12월로 연기되면서 현 고승범 금융위원장 체재에서는 시중은행의 인뱅 설립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6일 인터넷 전문 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은행 대장주로 등극했다. 이에 자극 받은 시중은행 입장에선 인뱅 설립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 돼 버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인뱅은 단순 업무에만 치우쳐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고도화된 업무를 처리하는 시중은행이 인뱅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빅테크 업계와 차별”이라고 토로했다.
은행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현재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양질의 인뱅 서비스를 제공할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금융위의 승인만 있으면 사업 진행이 바로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인뱅을 설립하고자 하는 시중은행의 조급함과 달리 금융위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가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여신의 양극화 현상 축소, 중금리 대출 활성화 등을 신설 인터넷 뱅크들에 주문하고 있으나, 실상 현 인터넷 뱅크들을 이를 소홀히하고 있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과는 달리 인뱅은 새로운 여신 사업을 모색하고 있어 이 또한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은 금리를 올리고 시중은행을 옥죄 대출 규제를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인뱅은 독자적 노선을 걷고 있다는 데 당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시중은행에 인뱅 인가를 허가할 경우 이 역시 금융당국 통제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통 인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인뱅 인가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시중 은행권을 달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일부에만 인뱅 설립 허가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인뱅 설립 허가가 난다는 것은 은행으로선 기회”라면서 “금융위가 인뱅 설립을 일부 시중은행에만 허가 할 경우 정책 효과 뿐 아니라 특혜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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