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카카오뱅크, 긴장하는 케이뱅크···인뱅 덮친 ‘고평가’ 논란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8.31 07:13 ㅣ 수정 : 2022.09.01 15:36

카카오뱅크 상장 1년 만에 주가 70% ‘뚝’
IPO 절차 밟는 케이뱅크 입장서도 긴장감
시장에선 인뱅 성장성·혁신성에 의문 달아
규제 완화 예고에 시중은행 역습 움직임도
인뱅들, 플랫폼 강화·연계 서비스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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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 DB]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혁신 금융의 상징으로 주목받던 인터넷전문은행(인뱅)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점화하고 있다.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카카오뱅크는 주가 하락에 고전하고 있고,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인 케이뱅크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출범 5년차에 접어든 인뱅들에 ‘성장성 입증’이 과제로 떠올랐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금융 산업에서 혁신성을 보여줄 마땅한 신사업이 없는 데다, 규제 완화에 따른 기성 금융사들의 역습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인뱅들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에 따라 국내 핀테크(금융+IT) 산업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뱅 업계는 IT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특화 금융 서비스 개발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전 거래일 대비 1.3% 오른 2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19일(9만2000원)과 비교하면 약 1년 만에 주가가가 약 70%나 빠졌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증시가 부진한 영향도 있지만, 카카오뱅크 주가 부진은 시장의 실망감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은행업 진출 이후 행보가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뱅 업계 맏형격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휘청이면서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선 케이뱅크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인뱅을 둘러싼 고평가 논란이 점화한 가운데 섣불리 증시에 발을 들였다가 기업 가치 측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2017년 7월)와 케이뱅크(2017년 4월)는 올해 나란히 출범 5년차에 접어들었다. 시장에선 올해 인뱅 업계가 본격적인 성장성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빅테크로서의 금융 혁신을 입증할 때라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주요 IT 기업들이 가진 영향력을 금융 시장에서도 펼치길 원했지만, 인뱅들은 수익성 개선이 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한 거 같다”며 “금융 시장은 굉장히 보수적인데, 어떤 식으로 혁신을 보여줄지 고민이 깊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출범 초부터 비대면 여·수신과 금리 경쟁력을 내세워 고객 몰이에 나섰지만, 최근 뚜렷한 파격 행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등 기성 금융사들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 수준도 어느 정도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당장 추진할 신사업 부재도 발목을 잡는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 반기보고서 중 ‘신규 사업의 내용과 전망에 관한 사항’에서 “보고서 작성 기준일 현재 해당사항이 없다”고 기재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카카오뱅크의 사업성·혁신성을 평가할 ‘재료’ 자체가 없는 셈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움직임도 부담이다. 거대 자본을 가진 은행들의 비(非)금융 시장 진출이 가속할 경우 인뱅 업계의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정부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이른바 ‘금산분리’ 규제 완화 검토에 나섰다. 

 

일례로 현재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알뜰폰, 배달앱 시장에 진출해있다. 향후 시중은행들이 보험이나 부동산, 헬스케어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까지 발을 들이면 인뱅들과의 직접 경쟁도 불가피하다. 자금력과 인프라 측면에서 시중은행과 인뱅의 체급 차이는 명확하다. 

 

일각에선 인뱅의 ‘성장 한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가 차별점 부재다. 이자 이익에 기울어진 수익원은 결국 인뱅 역시 기성 은행과 같이 규제 산업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인뱅들이 현재의 고평가 논란을 어떻게 걷어내는지가 국내 핀테크 산업 경쟁력 제고의 분수령으로 직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혁신성 입증에서 나아가 경기 침체 우려 속 위기 대응 능력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뱅들의 발표나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향후 전략은 ‘플랫폼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다양한 비대면 특화 상품 개발·출시와 함께 접근·연계성 제고로 금융 시장 내 영향 확대에 나서겠단 구상이다. 

 

인뱅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 인뱅이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이나 데이터가 큰 경쟁력인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발표할 신사업이 없다고 해서 (내부적으로) 그리고 있는 그림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양한 상품·사업과 IT 기술력을 연계한다면 성장성 의문도 해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인뱅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플랫폼 기업으로서, 은행으로서의 기대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차별성과 다양한 연계 사업 전개가 현재 인뱅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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