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본점에 '프리미엄' 입히니 MZ세대 '북적'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1979년생 롯데백화점 본점이 젊어진 비결은 MZ세대에 있었네"
최근 MZ세대(20∼40대 연령층)가 백화점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백화점 업계가 고객 타깃층을 바꿔 점포 재단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 중구에 자리잡은 '롯데백화점 본점'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최근 야심찬 리뉴얼(새롭게 단장)으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는 롯데백화점이 1979년 처음 문을 연 이후 43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16일 대대적인 리뉴얼로 MZ세대 잡기에 나선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고 트렌드를 반영해 층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리뉴얼 공사가 한창이었다.
평일이었지만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MZ세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리뉴얼한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설비를 첨단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젊은 소비층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잘 담았다"라며 "이에 따라 MZ세대들이 기존 롯데백화점 이미지에서 벗어난 신선한 충격을 만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롯데백화점 본점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5층에 있었다.
본점은 특히 MZ세대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해외 패션 브랜드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 패션관'으로 운영하던 롯데백화점 본점 5층이 최근 '남성 해외패션관'으로 재단장을 마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성 해외패션관에 들어서니 ‘톰포드',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등 최근 MZ세대 남성 사이에서 인기있는 명품 브랜드가 눈 앞에 펼쳐졌다. 특히 '발렌시아가', '겐조' 등 남녀 복합 브랜드 가운데 남성이 많이 찾는 명품 브랜드는 '남성 전문 매장'으로 꾸몄다.
각 브랜드는 기존 백화점에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해온 '개방형 매장'이 아닌 '박스형 매장'으로 탈바꿈해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했다. 이에 따라 기자는 브랜드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백화점이 아닌 명품 브랜드 단독 매장에 들어선 듯 착각에 빠졌다.
소셜 미디어 속 인플루언서, 래퍼, 배우 등 영향으로 백화점에서 지갑을 열고 명품을 소비하는 MZ세대 남성 고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롯데백화점이 이에 발맞춰 남성해외패션관에 주력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김재범 롯데백화점 본점장은 “본점은 단순한 유통 시설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백화점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앞으로 나아갈 미래”라고 설명했다.
김재범 본점장은 또 “남은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그에 걸맞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 롯데백화점 본점이 강북 상권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최고급 백화점이라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MZ세대 남성 고객층을 겨냥한 영업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남성 해외패션관 매출이 리뉴얼 오픈 후 1년 간(2021년 7월~2022년 6월) 성적표가 전년(2020년 7월∼2021년 6월)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리뉴얼을 마무리한 올해 3월 이후 매출은 2021년 3월과 비교해 무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날 남성 해외패션관에서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MZ세대 남성이었다. 젊은 남성이 명품 브랜드 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롯데백화점 본점 내에서 만큼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5층 중앙에는 명품 시계 메이커 브랜드 'IWC'와 손잡은 카페 '빅 파일럿 바 바이 IWC 바이 센터 커피(BIG PILOT BAR BY IWC BY CENTER COFEE'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공간 역시 백화점 쇼핑 도중 휴식을 취하는 MZ세대 고객으로 북적였다.
한편 잡화, 팝업스토어(임시매장), 뷰티로 뒤섞여있던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뷰티관'으로 재탄생했다. 지하 1층은 럭셔리 뷰티 브랜드, 지상 1층은 색조와 향수 위주 매장으로 역할이 정돈된 모습이다.
잡화, 팝업이 사라진 공간은 MZ세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다양한 신규 브랜드로 채워졌다. 패션 업체 롯데GFR에서 내놓은 '샬롯틸버리', 비건 뷰티로 유명한 '아워그래스',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인 'V&A', 삼성물산에서 야심차게 밀어붙이는 코스메틱 편집샵 '레이블씨' 등이 대표적이다.
뷰티관 매장은 색조 화장품과 향수를 마음껏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독립된 박스형 매장으로 탈바꿈한 점도 눈에 띄었다. 다양한 신규 브랜드를 내놓고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매장을 구성해 롯데백화점이 뷰티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뷰티 상품군 매출이 리뉴얼 이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하 1층에 있는 뷰티관을 지나 안 쪽에 자리잡은 델리코너는 지난 8월 MZ세대를 위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는 맛집 12개를 대거 오픈했다. 이 가운데 7곳이 유통업체 가운데 최초 입점일 정도로 롯데백화점 본점은 델리코너에 심혈을 기울였다.
주말엔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돈까스 맛집 ‘오제제’를 비롯해 TV '먹방' 프로그램에 줄서서 먹는 도삭면 맛집으로 소개된 ‘송화산시도삭면’, 유명 연예인 맛집으로 잘 알려진 ‘구테로이테’ 등 다이닝 맛집은 평일에도 쇼핑객이 긴 줄을 설 정도로 북적였다.
다이닝 맛집뿐만 아니라 김밥 등 테이크 아웃 중심으로 간단하게 구성했던 기존 델리 메뉴가 한식, 중식, 일식, 멕시칸, 베트남, 카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개편한 점도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델리코너 리뉴얼에 힘입어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F&B(식음료) 매출이 2021년 5∼8월 매출액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지난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주요 점포 매출이 70% 이상 증가했다.
길옥균 롯데백화점 델리·스낵 팀장은 “리오프닝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배달보다는 직접 유명 맛집을 찾아가는 트렌드가 다시 확산돼 본점 델리 코너도 테이크 아웃 중심에서 다이닝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맛집까지 롯데백화점에서 가장 먼저 엄선해 선보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