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반도체 위기론에 신규 공장 투자로 돌파구 찾는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9.08 05:00 ㅣ 수정 : 2022.09.08 05:00

지난 8월 국내 반도체 수출 26개월 만에 감소세
대외리스크 탓에 단기간 내 나아지지 않을 전망
긴축경영 분위기속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설립 등 공격경영
“사전 준비 차원· M15X 다가올 호황기 마중물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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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전경 [사진 = SK하이닉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호황이 멈출 줄 몰랐던 반도체 업계에도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마이크론과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는 모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물류·원자잿값 폭등과 달러화 강세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미국 영향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시장까지도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반도체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모두 시장 긴급점검과 투자보류에 나서며 회사 곳간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곽노정 대표가 이끄는 SK하이닉스가 최근 15조원을 투자해 충청북도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다수 기업이 투자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등 ‘눈치 보기’에 들어간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최근 흐름과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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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반도체산업 경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 [사진 = 대한상의]

 

■ ‘고공행진’ 반도체 시장에 짙게 드리워진 위기 그림자

 

지난 8월 국내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이 최근 10년 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위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를 조사한 후 최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7명(76.7%)은 현재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라고 평가했다. 위기상황 직전’이라는 응답도 20%에 달한 반면 ‘위기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특히 전문가들은 장단기 대외리스크 탓에 현재 어려운 상황이 짧은 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상황을 ‘위기’ 혹은 ‘위기 직전’으로 진단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현재 상황 지속성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58.6%가 ‘내후년 이후에도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 24.1%, ‘내년 상반기’ 13.9%, ‘올해 말’ 3.4%가 그 뒤를 이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 온갖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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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공장 생산시설 단지도(충북 청주시 흥덕구 소재) [사진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경제침체 지속성 우려에도 '통 큰' 투자로 승부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끝을 알 수 없는 경기침체가 우려되면서 대다수 기업들은 기존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긴축경영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최근 야심찬 경영 행보를 보여 눈길을 모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 'M15X(eXtension)'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부지에 M15 확장 팹(Fab: 반도체 생산 공장) M15X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5년 초 완공을 목표로 올해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내 약 6만㎡(약 1만8150평) 부지에 M15X 건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5년에 걸쳐 M15X 공장 건설과 생산 설비 구축에 총 15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더불어 인근 M17 신규 공장 역시 반도체 시황 등 경영환경을 감안해 착공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최근 투자 상황 악화에 반도체 투자를 보류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를 보여주듯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전자기기 수요 감소를 고려해 내년 자본 지출을 당초 계획보다 25% 가량 적은 16조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지난 7월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투자계획은 당연히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재료값 상승이 크기 때문에 원래 투자 계획대로 하기에는 어렵다”고 긴축경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청주 M15X 신규 공장 건설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세계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안정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변동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2024년부터 서서히 회복되고 2025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25년 업황 반등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M15X 건설을 계획했다”며 “M15X가 다가올 호황기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과거에도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도 투자라는 카드로 돌파구를 찾은 전력이 있다.   

 

지난 2012년 반도체 업계는 투자 축소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며 당시 SK하이닉스는 적자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투자를 2011년보다 10% 이상 크게 늘려 2012년말에 흑자 전환을 이뤘다.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시장 상황이 불투명했지만 SK하이닉스는 다가올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2015년 경기도 이천 M14를 설립했다. 이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2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

 

선제적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험이 있는 SK하이닉스의 이번 선택이 향후 반도체 업계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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