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號 취임 4주년 (下)] 구광모 회장,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인재 육성 주력하는 ‘지주사 대표’ 리더십 돋보여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8.03 05:00 ㅣ 수정 : 2022.08.03 05:00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등 지주사 대표 핵심 역할에 집중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비주력·부진 사업 정비·미래 신사업 도전 굵직한 외부 인재 영입으로 새로운 인재 부르는 선순환 구조 마련 정기 인사에서 ‘고객가치’와 ‘미래준비’ 키워드로 젊은 인재 전진 배치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주회사(지주사)는 기업 본사기능을 하는 회사다. 지주사는 명확한 기업 전략과 비전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고 그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사업포트폴리오 성과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사업간 시너지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주사와 사업을 수행하는 자회사 간 역할 분담이 뒷받침돼야 한다.
LG그룹 지주사 ㈜LG 대표이사를 겸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이러한 지주사의 고유한 역할에 주목했다.
구 회장은 지주사 핵심 역할을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인재 확보를 통해 LG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 4년간 ‘지주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기조를 기반으로 지주사 대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주사 대표로서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 구상과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고 인재 발굴·육성에 힘쓴다. 이와 별개로 LG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사업 전략을 구성하고 실행해 나가도록 서로 간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했다.
■ LG 미래 책임질 AI·바이오·클린테크 등 신사업 영토 넓혀
구 회장은 AI(인공지능),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 Tech) 등 미래 신사업 도전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했다. 각 계열사 CEO들이 현재 사업 전략에 힘을 쏟는다면 구 회장은 지주사 대표로서 이들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차원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LG그룹은 최근 중장기 사업 방향을 점검하는 전략보고회에서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룹 차원의 AI연구 허브로 세워진 LG AI연구원, LG화학 오송 생명과학본부 등 미래 주력 포트폴리오가 될만한 사업에 구 현장을 현장을 직접 수시로 방문하는 열정을 쏟았다.
특히 구 회장은 최고 수준 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추진하기 위해 5년간 총 3조6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밝혔다.
LG AI연구원을 주축으로 초거대 AI ‘EXAONE(엑사원)’ 및 AI 관련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초거대 AI를 통해 계열사 난제를 해결하고 서로 종류가 다른 '이종(異種)산업' 분야와 협력을 넓혀 AI 리더십을 빠르게 확보해 나가는 것이 구 회장 목표다.
구 회장은 바이오 분야에서 혁신신약 개발에 5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보여주듯 그룹 계열사 LG화학은 현재 세포 치료제 등 혁신신약을 개발 과정에 있으며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이나 합작법인(JV) 설립 등 다양한 경영전략도 구상하고 있으며 융복합 인재 양성 등을 통한 차세대 첨단바이오 기술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바이오 소재, 신재생 에너지 산업소재 등 친환경 소재 중심 클린테크 분야에도 5년간 1조8000억원 투자한다. LG화학은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 등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성장 흐름에 발맞춰가고 있다. 이와 함께 환경 보호를 위해 폐(廢)플라스틱 재활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도 구상 중이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이 10년 이후 LG를 책임질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며 “지주사 대표로서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비주력·부진 사업 과감히 접고 성장동력은 강화
구 회장은 미래 신사업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비핵심·부진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 축소하지만 사업 경쟁력이 우수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배터리,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등 성장동력을 강화해왔다.
이를 보여주듯 LG는 2019년 LG전자 연료전지 사업에서 손을 떼고 수(水)처리 사업을 자회사 ‘테크로스’에 매각했다. 같은 해 LG디스플레이는 조명용 OLED를 철수하고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을 토스에 넘겼다. 이듬해에는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중국 화학소재 업체 산산(Shanshan)에 매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LG전자가 26년 만에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다.
대신 이를 통해 얻은 여력을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사업의 경쟁력 향상과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에 활용했다. 여전히 추가 투자와 수익성 개선 등 과제가 아직 남아있지만 덕분에 세계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LG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컨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능력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올해 3월 기준 2만4066개) 보유해 세계 1위 배터리업체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또한 해외 현지 시장 변화를 재빠르게 포착하고 물류비용을 줄이며 전기차를 생산하는 고객에게 배터리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한국-미국-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5개국에 배터리 생산체제를 구축 중이다.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3사가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성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LG는 지난해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업체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설립한 합작법인(JV)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흑자 전환이 점쳐지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통신 및 카메라 모듈, 정밀모터 및 센서, 배터리제어시스템(BMS) 등 전장부품 분야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인터넷에 연결되는 차량) 등 차세대 자동차 상용화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빠른 성장이 예측되는 차량용 OLED(P-OLE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해당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TV를 중심으로 ‘OLED 대세화’ 선두에 서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OLED TV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4.7% 증가한 148만여대다. 이 가운데 LG전자는 약 62%를 점유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 회장이 지난 4년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추진해온 포트폴리오 고도화는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LG 주요 계열사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77조원으로 28%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에서 15조8000억원으로 약 244% 늘었다.
LG 관계자는 “전자, 통신, 화학 등 주력사업이 견조한 실적을 올리는 가운데 수십 년간 LG가 집중적으로 키워 온 배터리, 자동차 전장, OLED 등 핵심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이를 토대로 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 수치적 성과보다 더욱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사업 포트폴리오 못지않게 다양한 인재 발굴·육성에 공들여
구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못지않게 LG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발굴·육성하는데에도 힘을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있을지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인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굵직한 임원급 외부 인재 영입으로 새로운 인재들 부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2018년 미국 화학업체 3M의 해외사업을 이끌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CEO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LG AI연구원 이홍락 CSAI(Chief Scientist of AI· 공지능 최고 과학자) 등 22명, 지난해 데이비드 강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온라인사업담당 전무 등 19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LG와 함께하기로 했다.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급 인재만 70명에 이른다.
이러한 인재 영입 선순환 구조를 기반으로 ‘고객가치’와 ‘미래준비’에 중점을 둬 LG는 성별, 출신에 관계없이 세계적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지난해 인사에는 신임 상무 132명을 발탁했다. 이는 구 대표 취임 후 최대 규모다. 이와 같은 인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CEO 후보 풀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LG측 설명이다.
특히 신임 상무 132명 가운데 62%가 40대 젊은 인재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이와 함께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임원으로 발탁한 점도 두드러진다. 고객가치 혁신을 주도한 인재들과 미래준비를 위한 연구개발(R&D) 인재,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품질과 안전환경 분야 전문가들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에서 리더로 크게 성장할 만한 잠재력이 있는 인재들이 사업가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가 마인드와 스킬 교육, 선배 사업가로부터 코칭과 멘토링,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혁신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도전 과제 수행 기회에 이르기까지 사업가로서 실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미래사업가’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의 다양한 인재 발굴과 육성 노력 덕분에 LG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유능한 인재들이 계속 LG에 모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